연초부터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물가 역시 덩달아 급등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이같은 물가 상승세가 수출악화와 소비둔화로 이어지고 있어 국내 경제계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각종 물가 지표 '빨간 불' =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수입물가 상승률은 10월 7.5%, 11월 13.7%로 큰 폭의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수출입물가 통계를 작성할 때 2000년을 기준으로 했으나 작년 12월 통계부터는 기준 년을 2005년으로 변경하고 품목별 가중치 등도 개편했다.
개편 이전의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12월 수입 물가 상승률은 20.4%에 달해 1998년 10월(25.6%) 이후 9년여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 및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 지수 역시 2006년 12월에 비해 5.1% 올라 2004년 12월의 5.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2%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던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10월 전년동기대비 3% 상승한 후 12월에는 3.6%로 껑충 뛰어 한은의 중기 물가 목표인 2.5~3.5%를 넘어섰다.
◇ 유가.곡물가격 급등이 원인 = 각종 물가가 이처럼 치솟은 것은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앙등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측면이 크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물가상승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수요 압력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국제유가 등 외부요인에 의한 요인이 더 크다"며 "따라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연초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장중 1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석유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WTI가 배럴당 92달러까지 하락했지만,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 정책과 맞물려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곡물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곡물시장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지난 11일 옥수수와 콩, 밀 등 주요 곡물 값은 일제히 하루 상한선까지 치솟았다. 딜러들은 이를 두고 초강력 폭풍인 '퍼펙트 스톰'이라고 경고했다.
옥수수는 3월 인도분이 이날 하루 상승 제한폭인 20센트 뛰어 부셸당 4.95달러에 거래됐다. 5월 인도분 선물값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5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밀의 경우 5월 인도분이 제한 폭인 30센트가 뛰어 부셸당 9.22달러에 거래됐다.
이러한 곡물 값 앙등은 식품발(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를 더욱 힘들 게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밀가루 가격이 인상되면서 주요 식품류 가격이 상승하는 등 '도미노 인상'이 빚어지고 있으며, 하수도 사용료나 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도 오르고 있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 물가 잡기에 총력 = 이에 따라 정부는 물가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정부는 각 부처가 참가하는 물가안정대책반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으며 15일 첫 회의를 열고 물가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최근 "올해 상반기 중 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3.5%에 가까운 선에서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물가 등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연 6%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물가를 경제성장의 최대 복병으로 꼽고 물가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정부에 주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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