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국내 UCC(손수제작물)시장에 진출했다.
유튜브는 지난 23일 한글판 사이트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국내 서비스(www.youtube.co.kr)에 돌입했다. 모든 메뉴를 한글로 구성했고 국내 제작 콘텐츠는 검색도 가능하다.
특히 한국은 UCC 문화가 이미 대중화돼 있어 유튜브가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유튜브는 성공적인 한국 정착을 위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한국형 UCC'로 거듭나겠다는 태세다.
자신감 뒤엔 풍부한 콘텐츠와 자금력이 있다. 지난 2005년 선을 보인 유튜브는 전 세계 네티즌들이 올린 6천500만여개의 동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하루 평균 시청 건수는 1억건에 달한다. 지난 2006년 11월에는 '인터넷 공룡' 구글이 16억5천만달러에 인수해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해외 진출도 처음이 아니다. 유튜브는 글로벌 사이트 외에도 한국을 포함해 모두 18개의 국가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의 현지어 사이트는 무리없이 정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튜브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 인터넷 동영상 조회수 1위인 판도라TV(www.pandora.tv) 등이 이미 터를 잡고 있는 한국 UCC시장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과 네이버 등 기존의 포털 사이트들도 속속 UCC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
IT 강국에서 성장한 한국 네티즌들의 눈높이도 평균 이상이다. 고화질에 익숙한 한국 네티즌들에게 유튜브의 동영상 화질은 선명도 면에서 부족하다.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도 다른 나라와는 판이하다. 유튜브의 모기업인 구글이 한국에서 유독 고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국 인터넷 문화에서는 콘텐츠의 양보다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튜브의 한국 상륙을 계기로 주목되는 것은 판도라TV의 행보다. 판도라TV는 국내 UCC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시장과 함께 성장해 왔다.
판도라TV는 유튜브의 한국 진출을 오히려 반기고 있다.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판도라TV의 한 관계자는 25일 "유튜브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한국 UCC시장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라며 "시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유튜브의 한국 진출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UCC시장은 포털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해 왔다"며 "유튜브의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도라TV는 오히려 국내에서의 성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판도라TV는 지난해 12월 말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판도라TV는 글로벌 사이트(global.pandora.tv)를 3개월간 테스트한 뒤 기존 사이트와 통합한 새로운 사이트를 오는 4월 공개할 예정이다.
글로벌 사이트는 윈도와 매킨토시 등 모든 운영체제(OS)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 대부분의 브라우저와도 호환이 가능해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도 판도라TV의 인기는 현지 토종 동영상 사이트인 니코니코동영상(www.nicovideo.jp)과 유튜브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조사됐다. 모두 77개의 일본 및 해외 동영상 사이트와 겨룬 결과다.
세계 공략을 위한 실탄도 확보했다. 판도라TV는 지난 2006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알토스벤처로부터 60억원을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의 벤처 캐피털인 DCM으로부터 1천만달러를 투자받았다.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는 가장 큰 해외 투자 유치 사례다.
판도라TV 관계자는 "UCC업계의 선두주자로서 갖추고 있는 기술력은 유튜브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며 "해외 시장에서 먼저 덩치를 키운 유튜브와 한판 겨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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