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급속히 치솟는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중국정부의 최대 화두는 물가와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이는 새해들어 계속되는 물가상승 압박이 민심 불안마저 야기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최근 가격이 오른다는 뜻의 ‘장(涨)’자와 ‘CPI(소비자물가지수)’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해 있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생필품, 부동산 등 가격급등으로 체감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지난 1993년 이후 15년 만에 부활한 고강도의 가격 통제를 바탕으로 하는 ‘계획경제’ 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후진타오(胡锦涛) 국가주석은 최근 신년인사에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또 원쟈바오(温家宝) 총리는 지난 9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소집해 공공재 가격과 생필품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로 하는 ‘가격 위법행위 행정처벌 규정’을 대폭 수정했다.
이전에 중국의 ‘가격법’과 ‘비상시 가격개입 및 긴급조치 잠정 시행법’에는 정부가 가격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몇가지 특수사항을 규정해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물가조정은 전국 범위의 대규모 가격통제로 물가상승에 따른 중국정부의 심각한 우려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물가잡기에 관한 해결책을 논의하고 몇가지 긴급정책을 내놓았다.
중국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은 돼지고기, 달걀,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의 급등이다. 때문에 도시 서민들과 농촌 주민들은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이 크다. 중국 서민들이 대형 슈퍼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우선 당분간 석유제품, 천연가스, 전력 등 공공요금을 동결시키기로 했다. 또 학비, 기숙사비, 대중교통비 등에 대해서도 인상불가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때문에 만약 기업들이 주요 생필품 가격을 인상하려면 정부의 가격주관 부문에 가격인상의 합리적 이유를 보고한 뒤 비준을 얻어야 한다.
이번 가격개입 조치에 포함되는 상품은 주로 돼지고기, 우유, 달걀, 곡물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이와 함께 중국정부는 구체적으로 12개의 기업명단과 통제방식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정했다.
해당기업에는 라면업체 통이(统一), 우유제품업체 이리(伊利)와 멍니우(蒙牛) 등 중국내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만약 이들 기업이 규정을 어길 경우 관련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담합과 가격조작, 덤핑 등 가격 긴급조치를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는 영업허가 취소와 함께 위법소득을 전액 몰수하고 소득의 최고 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가하기로 했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은 다가오는 최대 명절 설날에 대비해 돼지고기 등 육류를 비축하고 공급부족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또 중국은 다가오는 최대 명절인 춘절(春节 설날)에 대비해 12월 말부터 돼지고기 등 육류를 비축해 놓기 시작했다. 연휴기간에 물가상승을 억제시키기 위해 국내시장의 육류 공급량을 확실히 보장해 놓은 것이다.
중국정부의 정책은 육류 비축에 그치지 않는다.
우메이(物美) 등 대형 체인슈퍼와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공급부족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각종 상품을 비축해 놓도록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들 슈퍼와 시장이 3일에서 5일 정도의 여유물량을 미리 준비해 놓도록 권유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물가를 잡기 위한 또 다른 긴축정책은 바로 금리인상이다.
최근 중국국가통계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CPI는 4.8% 인상, 그 중 식품가격은 12.3%가 인상됐다. 특히 12월 한달의 CPI는 6.5%나 인상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모두 여섯차례의 금리조정을 단행했고 올해도 계속해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예금지급준비율을 적어도 1%포인트 상향 조정해 화폐의 과잉유동성을 줄이기로 했다.
국가통계국 씨에푸잔(谢伏瞻) 국장은 “이번 물가인상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원유, 식량 등 가격인상이 주범”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이 중국의 유가와 물가 인상을 부추기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물가 고공행진에 대한 갖가지 긴급정책에 대해 기업과 서민들은 마냥 달갑지 만은 않다. 특히 해당 기업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원유, 곡물 등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런 식의 일방적인 가격통제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가격통제가 풀리면 엄청난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이번 조치가 임시방편에 그쳐야 한다” 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생필품에 한정해서 적용하는 한시적인 행정수단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중국인들은 연료, 쌀, 식용유, 소금 등 생필품을 차이미요우옌(柴米油盐)이라고 부른다.
지금 중국은 물가 때문에 날로 깊어가는 서민들의 시름을 덜기 위해 생필품 가격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번 물가와의 전쟁을 이겨내고 민심 불안에서 오는 더 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이연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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