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지난해 말 계좌개설 여부에 상관없이 아무 은행에서나 무인자동수납기를 이용해 공과금을 낼 수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최근 직장과 가까운 은행의 무인자동수납기를 이용해 공과금을 납부하려 했다.
A씨는 그러나 은행직원으로부터 "다른 은행에서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계좌를 개설한 은행을 다시 찾아가야 했다.
지난해 말부터 계좌개설 은행에 상관없이 은행의 무인자동수납기를 이용해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됐지만 대부분 은행들의 무관심으로 서비스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에서는 고객들의 민원도 이어지고 있으며 은행들이 말로는 '고객 우선'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수지가 맞지 않는 사업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결제원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0일부터 무인수납기를 이용한 공동타행이용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현재 4개 은행을 제외하고는 다른 은행의 전산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 창구에서는 공과금을 수납하지 않고 있어 은행의 무인수납기를 이용해야 하지만 해당 은행에 계좌가 없으면 무인수납기를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무인수납기를 이용하려면 일부러 은행의 계좌를 만들거나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국민은행은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2005년 12월부터 CD공동망을 이용해 타행 계좌고객도 무인수납기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CD공동망을 이용하다보니 통장에 어떤 공과금을 냈는지가 따로 표시되지 않았고 수수료도 비싸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무인수납기 공동타행이용 시스템이 가동되면 고객들의 불편 해소는 물론 수수료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대부분 은행들의 참여가 늦어지면서 전산개발을 끝내고 고객들에게 타행 카드나 통장으로도 무인수납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던 은행들도 하는 수 없이 시스템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서비스 자체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일부 은행에서 전산시스템 개발이 끝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몇 개 은행을 제외하고는 2월 중순께 대부분의 은행이 전산개발을 끝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전산개발이 늦어지는 데 대해 전산개발 작업이 어렵다기보다는 공과금을 처리하는 지로 업무가 은행에 별다른 수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의 업무처리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로는 은행에 돈이 안 되는 업무지만 개발엔 돈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강제성이 없어 대부분 은행들이 미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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