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펀드담보 대출자

  • 수익률 급감, 이자 부담 '이중고'에 시달려

최근 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펀드가입액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사람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펀드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지난해 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때문에 대출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펀드 환매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펀드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 수익률 급감에 고민하는 대출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한 펀드 담보 대출상품은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펀드 담보 대출상품인 '펀드 파워론'을 출시한 후 두 달 만에 330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펀드파워론은 주식형 펀드의 경우 평가금액에 따라 최고 70%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CD금리에 2.3%를 더한 수준의 이자에다 중도 상환하더라도 상환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탑스펀드담보대출'을 선보인 후 현재까지 약 45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상품도 주식 편입 비율에 따라 펀드평가액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대출이자는 3개월 평균 CD금리에 1.5∼2.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채권형의 경우 평가금액의 80~90%를 대출해주는 펀드 담보 대출상품을 내놓고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가 급락장으로 돌변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펀드 담보 대출자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펀드 담보 대출상품은 주로 1년 만기로 계약됐다"며 "만기가 돌아와 대출연장을 신청해야하는 고객들은 펀드평가액이 줄어든 만큼 대출금액 감소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CD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큰 폭으로 오른 대출이자도 부담이다. 펀드 담보 대출이자는 대부분 CD금리에 연동돼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펀드 담보 대출에 가입한 고객은 돈을 빌리 때보다 평균 0.5%가량 높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펀드담보대출상품에 가입한 한 고객은 "펀드 수익률은 계속 떨어지는데 오른 대출이자는 꼬박꼬박 내야 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 환매는 신중히 선택해야

수익률 하락과 이자 부담으로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면서 펀드를 환매해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 환매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기 전에 펀드를 환매하면 중도환매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어렵지만 펀드시장을 무작정 떠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내 증시가 진정되면 기대수익률이 대출이자를 상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에 예금이 있는 고객은 펀드 담보 대출보다 예금 담보 대출을 먼저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며 "예금 담보 대출은 한도와 금리 면에서 펀드 담보 대출보다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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