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월 콜금리 운용 목표를 연 5.0%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콜금리는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동결됐다.
이번 콜금리 동결은 한은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커져가는 물가상승 압력 가운데 물가안정 쪽에 무게를 더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소비자 물가는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시중 유동성도 풍부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위협하고 시중의 과잉유동성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6%, 올해 1월 3.9%를 기록하는 등 두 달 연속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5~3.5%)를 넘어섰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은 물가상승 압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금융기관유동성(Lf)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0.6%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월간 사상 최고 수준인 11조4천855억원 늘어나는 등 과잉유동성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 경기침체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하강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점도 한은이 콜금리를 동결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연 5.5%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는 등 서브프라임모기지 파장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어 한은도 금리 동결 방침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연 4.25%에서 연 3.0%로 낮추면서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2.0%포인트로 벌어졌다.
이와 함께 영국은행(BOE)과 유럽 중앙은행(ECB) 등도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선진국들이 저금리로 돌아선 마당에 한국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유지할 경우 내외금리차 확대로 인한 국가 간 자금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수위를 높여가며 금리인하를 준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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