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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를수록 증권사는 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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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3-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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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연동국채 쥐고 앉아서 돈 벌어 증권사 욕심에 정책목표 실종

국내 물가가 치솟으면서 정부는 물론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지만 증권사들은 물가 급등을 틈타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

증권사들은 물가가 오를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채권상품인 물가연동국채(KTBi)를 시장에 풀지 않고 물가가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재정부가 지난해 발행한 물가연동국채 1조9000억원 어치 가운데 30%인 6000억원 가량이 증권사에 묶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연동국채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해 3개월마다 채권의 원금이 바뀌고 6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되는 변동금리형 채권상품으로 물가가 오를수록 원금과 이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해 3월 물가연동국채 첫 발행 당시 대표 주간사로 선정됐던 삼성증권은 2000여억원 어치의 채권을 인수해 3분의 1인 700억원 가량을 자사 투자 명목으로 보유 중이다.

삼성증권 고영준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물가 상승세가 올해 들어서도 꺾이지 않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총 1200여억원의 물가연동국채를 인수했다. 첫 인수분 500억원 중 250억원을 투자 목적으로 남겨둔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후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투자 전략 차원에서 보유 중인 물가연동국채는 전체 발행 물량 중 30% 가량"이라며 "다만 경쟁입찰 방식으로 인수하고 있어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발행 때 각각 1000억원 어치씩을 인수해 간 현대증권과 바클레이즈캐피탈도 250억원 정도를 팔지 않고 보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SK증권, 우리투자증권, 한화증권, 동양종금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은  "특정 상품의 판매 및 보유 내역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수치 공개를 거절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 전략은 대외비로 공개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비슷한 비율로 물가연동국채를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손에 쥐고 있는 물가연동국채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은 막대한 이자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국내 물가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3%로 설정했지만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은 3.9%로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에도 전월대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3.6%를 기록했다.

유가와 곡물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물가 상승분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 물가 급등세는 당분간 꺾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에 묶여 있는 물가연동국채 물량이 늘면서 개인과 기관의 채권 수요 확대를 노렸던 재정부의 당초 정책 목표가 희석되고 있다.

재정부 국채과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사 등 기관과 개인고객에게 판매된 물가연동국채 물량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증권사가 투자 목적으로 남겨둔 물량이 많아서인지 수요가 적었기 때문인지는 검토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후 수익률이 높고 원금 상승분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도 적용돼 기관과 개인에게 매력적인 상품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물가연동국채 판매가 부진했던 것은 증권사들이 물량을 풀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품 자체가 생소하고 복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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