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symbiosis)이란 ‘서로 다른 종의 생물이 생리적ㆍ행동적으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관계’다. 서로 다른 종과 공생해 나가고 있는 생물들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동물-동물: 극피동물인 해삼의 항문으로 몸의 길이가 15cm도 되지 않는 숨이고기가 드나든다. 숨이고기가 해삼의 항문을 한 번씩 드나들 때마다 항문 속의 더러운 물이 빠져나와 해삼의 항문이 깨끗해진다. 해삼에게 보금자리와 은신처를 제공받는 숨이고기가 그 대가로 해삼을 ‘관장’(灌腸) 시켜주는 셈이다.
▲동물-식물: 산호초의 선명한 색깔은 산호 자체의 색이 아니라 산호의 몸속에 공생하는 갈충조의 색이다. 갈충조는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산호초에게 제공하고, 대신 산호로부터 생활의 터전을 제공받는다.
▲동물-미생물: 심해에 살고 있는 길이 2~3m 정도의 관벌레는 입과 창자 등 소화기관이 없지만 몸 안에 공생하는 박테리아 덕분에 살 수 있다. 어린 관벌레가 심해의 황화수소를 들이마시면 몸 속에 들어있던 박테리아가 이를 먹은 뒤 탄수화물로 합성해 관벌레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식물-미생물: 콩과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는 대표적인 상리공생 관계다, 박테리아가 콩과식물의 뿌리에 들어가면 뿌리에 혹을 만들어 번식하면서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니트로게나제 효소를 이용해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바로 쓸 수 있는 암모니아나 유기질소로 전환시킨다. 콩과식물은 박테리아의 성장에 필요한 유기 영양소를 주고, 박테리아는 콩과식물에게 질소 성분을 주며 상부상조한다.
공생의 세계는 거대한 그물망에 비유할 수 있다. 그물코 하나하나는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그물코에 의존해 있다. 만약 하나의 그물코가 풀리면 다른 그물코도 온전할 수 없다. 생명의 그물망은 하나하나의 그물코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거대한 체계다.
‘너’가 없이는 ‘내’가 없고, ‘내’가 없이는 ‘너’가 없다는 말이다. 뭇 생명체들이 서로 없이는 못사는 ‘함께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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