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자 끼워 생색 지적도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공무원 인력 감축을 주문하면서 관가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 받을 대상자를 '3월 31일 현재 보직을 받지 못한 4급 이상' 기준으로 선정하라는 지침이 각 부처에 내려졌다. 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 받을 대상자는 사실상 해당 부처의 잉여인력을 뜻한다.
그러나 각 부처가 교육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명예퇴직신청자나 해외 유학.연수 대기자처럼 잉여인력으로 볼 수 없는 공무원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있어 생색내기용 구조조정이란 지적도 있다.
사례를 보면 과천청사의 한 부처는 이달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공무원과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 해외 유학이 확정돼 대기중인 공무원 등을 교육대상자로 분류했다.
국토해양부도 교육대상자 선정 기준의 하나로 지난해 이후 명예퇴직을 신청한 경우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명예퇴직 신청을 하면 2개월 뒤에 퇴직하기 때문에 4월 한달간 교육받고 퇴직하는 셈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 가속=이 대통령이 최근 편법적 태스크포스(TF) 관리 사례로 지목한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신설한 7개 TF의 팀장과 무보직 4급 이상의 명단을 교육대상자로 확정해 28일 행안부에 통보했다.
특히 옛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진 재정부는 통합 이전부터 법적 근거에 따라 구성한 기획단의 일부도 없애기로 했다.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의 일부가 합쳐진 농수산식품부도 교육대상 19명을 행안부에 통보했다. 당초 식품산업 육성과 태안유류사고보상지원TF 등 법령상 보장한 TF를 유지할 방침이었지만 행안부와 협의를 거쳐 TF를 모두 해체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당초 통합대상이던 통일부가 존치되고 정보통신부 인력이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가 교육대상이 5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구제 고심=교육과학기술부와 국토해양부는 아직까지 대상자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 부처는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TF를 구성해 우수한 인재를 발탁했으나 이 대통령의 질타로 TF를 모두 해체하면서 이들이 대기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일단 해당 직급 평균에 비해 연장자이거나 균형성과지표(BSC) 평가가 좋지 않은 경우를 교육대상자로 우선 선정할 계획으로 보인다.
교과부도 TF의 인력 40% 정도는 유능한 인재가 발탁됐기 때문에 교육대상을 확정하기 전에 다시 인사를 단행해 실질적인 잉여인력을 가려내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홍해연 기자 shjha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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