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은행권의 고금리 복합예금 및 월급통장 상품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서민들은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
최저가입금액이 수백만원에 달해 선뜻 가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거의 없는 반면 은행권 대출 이자 대부분은 서민들이 갚고 있어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 챙기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판매하는 복합예금 상품의 최저가입금액은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복합예금은 주가지수연동예금(ELD)과 일반 정기예금을 묶어 파는 상품으로 펀드의 수익성과 정기예금의 안정성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협이 판매 중인 지수연동예금 8-1호는 최저가입금액이 300만원이다.
한국씨티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2종의 지수연동예금은 최저 500만원 이상 입금해야 가입할 수 있다.
국민 우리 외환은행이 판매 중인 복합예금의 최저가입금액은 각각 100만원씩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최저가입금액이 훨씬 높다. 대구은행이 다음달 15일까지 한시 판매하는 '고금리 복합예금'은 최저가입금액이 무려 1000만원이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판매 중인 ELD 상품의 최저가입금액은 각각 500만원이다.
이들 복합예금 상품은 최저 연 6% 이상의 고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통장 평균 잔액이 100만원에 못 미치는 서민들로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은행들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의 대항마로 내놓은 고금리 월급통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은행권의 월급통장 상품 대부분은 보통예금 계좌 잔액이 일정액을 넘으면 고금리를 제공하는 스윙계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고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잔액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이 판매하는 '아이플랜 통장'의 경우 기준 금액이 300만원을 유지하다가 최근에야 100만원으로 떨어졌다.
SC제일은행의 '123저축예금'은 잔액을 남겨 둔 상태에서 적금까지 가입해야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평균 잔액도 높으면 높을수록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보통예금 계좌에 대해서는 0.1~0.2%의 제로금리에 가까운 이자가 지급되고 있다.
은행권 대출 상품의 주요 고객인 서민들이 높은 대출금리 부담에도 불과하고 예금 이자는 거의 챙기지 못해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익만 높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은행 전체 수익에서 예대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이 높은 것은 은행들이 돈 장사를 잘했다는 의미"라며 "소액 예금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면 예대마진을 챙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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