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기업이 발표하는 전월세 값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 주택 전세가격의 최근 1년 간 변동률은 통계청 방식대로 조사를 하면 2.5%에 불과하지만 국민은행 방식으로 하면 3.7%가 나온다. 두 기관 모두 통계의 신뢰성을 인정받는 곳이나 조사방식이 달라 이처럼 큰 차이를 내고 있다.
정부입장에서 보면 2.5%의 상승률은 견조하다고 하겠지만, 3.7%라면 폭등에 가까운 수치다.
두 기관 모두 상대방 통계의 신뢰도를 인정하고 있으며 그 필요성도 아울러 존중해주고 있다. 다만 국민은 이 같은 통계조사방식까지 일일이 감안해서 보지 않기 때문에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통계 관점차이 지출VS시세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회계에서 적용되는 발생주의 개념이다. 이는 전월세 가 생활비에서 지출하는 것이냐가 핵심이다. 반면 국민은행은 현재 발생한 내용을 그대로 시세에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0가구 단일평형의 아파트 단지가 있을 경우 전셋값이 최근 1억2000만원으로 20% 상승했다면, 국민은행은 이 단지 전체의 전셋 삾을 1억2000만원으로 계산해 20% 상승했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통계청은 1000가구 가운데 실제 계약이 이뤄진 가구만 1억2000만원으로 계산하고, 나머지는 1억원을 적용해 가중평균을 통해 계산한다.
만약 5가구가 1억2000만원에 새로 계약했다면 이 단지의 전세값은 0.1% 상승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 가지 현실에서 전혀 동떨어진 통계가 발생한다.
국민은행 통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금 시세가 1억2000만원으로 올랐다면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집들의 전세가치도 1억2000만원이 됐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1억2000만원의 전세금을 주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통계청을 지지하는 이들은 995가구가 여전히 주거비로 1억원 전세금만 쓰고 있는 것이므로 아직 지출하지도 않는 비용을 얹어 계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통계청, 집 매입은 ‘자산’··· 주거비서 제외
통계청 통계는 철저한 기업회계기준을 그대로 옮겨 놓은 형식이어서 주택구입은 지출이 아닌 자산으로 분류된다.
결국 주택구입가격은 물가지수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논란도 있다.
주거비용으로 따지면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장 큰 항목인 전월세보다도 집값이 훨씬 크지만, 집은 자산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소비자가 월급을 아껴 은행에 저금을 한다고 해서 저축액을 물가에 포함할 수 없는 것처럼 집을 산 것은 자산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소비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이 자가주택을 보유하거나 전월세로 사는 것 사이에서 뚜렷하게 소비지출 개념을 달리하는 것이 아닌 만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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