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이 씨 개인의 일"... '모르쇠'
전환사채로 주식인수땐 "취득세 없다"
삼성그룹에 대한 특별검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 후 주식으로 전환해 과점주주가 됐지만 세금은 한 푼도 않 낸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특히 에버랜드는 해당 자치단체가 세금을 부과하려고 하자 “전환사채는 세법에 없다”고 말한 후 최근에는 “이씨 개인의 일”이라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31일 경기도 용인시와 에버랜드에 따르면 이 전무는 1996년 12월 이사회 결정에 따라 주당 7700원짜리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며칠 후 주식으로 전환, 자신의 지분(31.36%)과 다른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64%를 소유하게 돼 과점주주(본인 또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50%를 넘는 경우)가 됐다.
용인시는 1997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에버랜드 전체 자산의 2%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부과하려 했다.
지방세법에 비상장 법인의 경우 특정 개인이 회사 과점주주가 됐을 때 취득세(과세표준의 2%)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당시 에버랜드의 총 자산이 8300여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득세 규모는 100억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에버랜드 측이 “지방세법상 취득세 부과 과점주주의 정의는 '주주 또는 사원으로부터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데 반해 이 전무의 경우는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과점주주가 됐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용인시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못했다.
당시 에버랜드 세무 조사에 참여했던 용인시 한 공무원은 “(에버랜드 측 주장에 대해) 차후 관련조항을 검토해보니 전환사채 인수를 통한 과점주주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과점주주가 됐을 경우 취득세를 한 푼도 부과하지 못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었다"면서 “이후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세법 조항이 일부 개정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전환사채는 세금이 없다는 논리를 폈던 에버랜드 측은 최근 들어 ‘모르쇠’로 돌변했다. 삼성 에버랜드 관계자는 "오랜 전 일인데다 취득세 납부 여부는 이재용 전무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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