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사적이익 침해 소지 우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중소 납품업체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납품가 연동제'의 시행 방안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심하고 있다.
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새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납품가 연동제의 시행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키로 했으나 관계 부처들의 의견이 엇갈려 하도급법 관할부처인 공정위가 고민하고 있다.
공정위는 애초 중기청과 중소기업 업계의 의견을 반영,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유형'에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를 추가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간 납품거래는 계약 당사자 간의 사적인 계약이므로 자유계약이나 사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추진 방안이 암초에 부딪혔다.
개별 기업 간 계약내용에 공권력이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에 원자재 가격변동 반영 의무화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더구나 최근 지식경제부가 연동제의 제도화는 추후 검토하고 우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표준계약서 활용을 확산하는 방안을 중점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연동제의 의무화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최근 "시장경제 체제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아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관계 부처와 협의 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을 때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의무화하는 수위는 다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방안을 확정하고 하도급법 개정안을 만들어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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