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강기갑 후보는 열세를 뒤집어엎으며 한나라당 실세인 이방호 사무총장을 잡고 대이변을 일으킨 터라 기쁨이 배가됐다.
비례대표 의석을 포함해 총 5석 정도를 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지난 16대 총선에 비해 의석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당직자들은 분당 사태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날 저녁 문래동 당사 종합상황실은 극과 극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권 후보가 초접전 양상이고 강 후보가 10% 포인트 차 이상으로 뒤지자 민노당사는 침울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천영세 대표 등 지도부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당직자들의 한숨이 이어졌다.
박승흡 대변인은 출구조사발표 직후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왔다"며 "민생이 외면되고 정책이 실종된 최악의 선거에서 꾸준히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과 실천을 앞세운 민노당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민노당의 낙담한 분위기를 여실히 전달했다.
그러나 한시간여 만에 낙담은 서서히 환호로 바뀌었다. 강 후보가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고 권 후보도 아슬아슬한 우세를 점하자 당직자들은 "혹시 모른다"며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일부 당직자들은 "피를 말린다"며 가슴에 손을 얹고 개표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저녁 9시가 넘어서면서 강 후보가 당선이 확실해 보이자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강기갑"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권영길 후보도 차이를 벌리면서 앞서나가자 당직자들은 아직 투표함이 개봉되지 않은 창원을 내 지역을 확인한 뒤 "남은 곳도 모두 권 후보에게 유리한 지역"이라고 외치자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일부 당직자는 개표방송을 지켜보다가 통합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역전극을 벌이는 것으로 나오자 "한명숙 파이팅. 한명숙 이겨라"며 응원을 보내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덕윤 비례대표 후보는 "한나라당이 경남에서 짝대기만 꽂으면 된다는 것을 깼다"면서 "우리당은 수염을 기르면 될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자 웃음꽃이 펴기도 했다.
사천과 창원을 개표가 완료된 뒤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모두 일어나 "강기갑" "권영길"을 외치며 환호했다. 천 대표는 강 후보, 권 후보와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이들의 당선을 축하했다.
천 대표는 "민노당이 이겼다. 과분한 사랑과 무서운 채찍질로 민노당을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면서 "역사적인 뜻을 잘 알고 있다.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서 1% 재벌과 부자정치에 맞선 서민정치, 노동자정치, 농민정치를 확실히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천 대표는 "한솥밥을 먹다가 새둥지에서 출전한 노회찬 심상정 두 후보가 당선권에서 탈락한 것은 우리 진보정치 운동의 큰 손실이자 불행"이라며 "여기서 교훈을 찾아서 총선 이후 진보정치세력이 더 과감하게 혁신하고 더 크게 노를 저어서 바다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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