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장들의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에 대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내에서 첨예한 대립이 일고 있다.
특히 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부 압력을 받고 물러나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오는 22일 예정된 위원회 회의에서 찬반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임원추천위회가 추천한 임원후보 3∼4배수를 2∼3배로 압축해 임명권자에게 올리는 인사검증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해임건의, 직무수행 평가, 경영실적 평가 등 공공기관의 주요사항을 결정한다.
기관장의 사퇴에 반대 입장을 펴고 있는 것은 민간위원들이다.
윤영진 공공기관운영위원(계명대 행정학과 교수)은 "공공기관운영법이 만들어진 것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최근에 공공기관장들이 정부의 사퇴압력을 받고 물러나는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정 위원(변호사)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공공기관의 역할과 내용이 변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기관장들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오는 22일 공공기관운영위가 열리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인혜 위원(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은 "공공기관장들이 법적인 임기가 정해져 있고 평가시스템 이 마련돼 있는데도 물러나는 것에 대해 난감한 느낌"이라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표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위원들은 정치적 배려에 의한 기관장은 사실상 낙하산으로 물러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원은 "현직 공공기관장이나 감사 중 일부는 정치적 배려에 의해 임명됐다"고 전제하고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대통령이 정치적 배려로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의 자리를 미리 정해놓아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원칙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자기들과 손발이 맞는 사람을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하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현재 물러나는 공공기관장들이 정부의 압력을 받았다고 못 박을 수는 없다"면서 "다만 공공기관운영위원들은 새로 임명되는 인물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공기관운영위는 ▲법조계·경제계·언론계·학계·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위원 9명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조정실 차장 등 당연직 2명 ▲사안에 따른 관계부처 차관·차장급이상 공무원 6명 등으로 구성된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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