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리포트]대만 내달 신정부 출범, 양안관계 화해 무르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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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4-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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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대만의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양안(两岸)관계에 화해무드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지난 8년여동안 급격히 냉각돼 왔던 대만과 중국간 양안관계가 해빙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 양안간에 정치적 양보를 기반으로 경제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기대는 지난 12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岛)에서 열린 보아오(博鳌)포럼에서 중국 후진타오(胡锦涛) 국가주석과 대만 샤오완창(萧万长) 부총통 당선자가 면담을 가지면서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보아오포럼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샤오완창 대만 부총통 당선자(왼쪽)가 만나면서 양안간 경제분야 교류와 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면담은 지난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무려 59년만에 이뤄진 양안간 최고위급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평가다. 때문에 이를 계기로 앞으로 양안간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교류와 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후 주석과 샤오 당선자는 이번 면담에서 양안관계 개선과 협력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샤오 당선자는 양안간 직항 실시, 관광 개방, 경제무역 정상화 등 현안문제 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대만 마잉주(马英九) 총통 당선자가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경우 양안간 관계는 급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양안간 관계개선은 그동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대만경제 미래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인 양안관계는 아직 금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양안관계 회복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홍콩 등 주변국들에게 위기감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은 지난달 22일 치러진 총통선거에서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국민당 마잉주 후보를 선택했다. 마 후보는 집권 민진당 상대후보를 무려 220만표 이상 따돌렸다. 이는 역대 대만 총통선거 사상 가장 큰 득표차다.

   
 
마잉주 대만총통 당선자는 양안관계에서 정치적 양보와 경제적 협력을 토대로 대만의 경제회생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이번 선거는 민진당 천수이볜(陈水扁) 총통의 집권 8년 실정에 대해 민심이 완전히 등을 돌린 결과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또 장기간 경제침체에 시달려온 국민의 경제회생에 대한 강력한 염원의 결과였다. ‘민심’이 오로지 ‘경제’를 선택한 것이다.

마 당선자가 내건 주된 공약은 양안관계에서 정치적 양보와 경제적 협력을 골자로 한 경제회생이었다.

이 같은 양안관계 개선의 기본골격은 바로 삼통(三通)•삼불(三不) 정책 실현이다. 삼통은 직항로를 개설하고(通航), 직교역을 추진하고(通商), 서신왕래를 실시한다(通邮) 등이다. 또 삼불은 통일도 않고(不统), 독립도 않고(不独), 무력도 않는다(不武) 등이다.  

이제 마 당선자는 다음달 20일 취임해 새롭게 ‘대만호’를 끌고 가게 된다.

새로 출범하는 대만정부에게 무엇보다 주된 관심사는 본토 중국과 공동시장 구축, 시장개방 등을 통한 경제회생이다. 때문에 양안간 경제 각 분야에서 교류의 물꼬가 터져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다.

벌써부터 항공, 해운, 금융, 관광 등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와 성장이 예상되면서 증시에서는 관련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 같은 양안간 시장공동화가 실현될 경우 GDP(국내총생산) 3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경제권이 형성될 전망이다. 

베이징대 린이푸(林毅夫) 교수는 “양안간 삼통이 이뤄지면 물류비용이 크게 낮아져 양국간 경제교류와 발전이 획기적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대만의 새로운 총통, 부총통으로 취임할 마잉주, 샤오완창 당선자가 손을 맞잡고 있다.(오른쪽부터)

가장 기대하는 분야는 직항로 개설, 금융투자 확대, 여행관광 교류 등이다. 이를 통해 대만은 중국본토의 자본과 여행객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현재 명절에만 운항하는 전세기를 주말, 일일 등으로 점차 확대해 궁극적으로 정기항공 노선으로 발전시킨다. 또 하루 방문 1000명 수준인 본토 여행객을 1만명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대만 고유의 관광자원들이 본토 여행객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희망이다.

또 대만은 아직 기반이 약한 금융시장에 본토자본이 대거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만기업의 대륙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해협교류기금회 등 민간기구를 통해 지난 1998년 이후 중단된 양안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만의 관광자원은 인근 홍콩, 마카오 등지에 비하면 크게 한정돼 있다. 또 불안정한 양안관계, 중국내 관련법규나 자본특성 등을 고려하면 성급한 투자기대는 무리이다.

특히 대만기업의 본토투자도 상한선 40% 제한조치가 완화돼야만 양안간 실질적인 상호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대만이 양안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침체를 벗어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홍콩이 지난 1997년 중국본토에 귀속됐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6년이 지난 2003년에야 본격 가시화된 사례를 들기도 한다.

중국도 대만과의 관계에서 장기적으로 상호협조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희망하고 있다. 오랜 정치적 단절로 인해 단기간에 상호이해와 교류가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만대 린지엔푸(林建甫) 교수는 “양안협상에서 필요한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대만이 협상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국면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은 중국과의 광범위한 경제합작 협의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군사적 상호 신뢰관계를 쌓은 뒤 양안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시나리오다.     

마 당선자는 취임 직후 중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지난 60여년간에 걸친 양안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통상교역을 강화하는 데 전력할 것을 천명해 놓고 있다. 특히 EU(유럽연합) 경제통합의 경험을 본받아 대등하고 평등하게 양안간 경제공동화를 만들어 나갈 각오다.
대만 투자자들은 이 같은 마 당선자의 청사진에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 대륙과의 관계개선만이 대만기업은 물론 대만경제 전체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대만은 이 같은 양안간 화해분위기를 세계화 전략으로 이어가 경제침체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을 각오다. 이를 위해 앞으로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 한국, 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과도 FTA 체결 협상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중국문제전문가 리차드봄 교수는 “이제 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며 “중국에게 좋은 소식은 앞으로 양안간 밀월기만 남았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천수이볜이라는 표적이 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안관계를 통해 수혜를 입게 될 대만경제가 주변국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양안관계 호전으로 수혜를 입게 될 대만경제가 주변국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경제기반이 되는 산업구조가 비슷하고 대중국 의존도도 강해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경제에는 불리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정보통신, 반도체 등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대만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국제 투자자본도 대만시장으로 눈을 돌려 금융과 물류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된다.

양안간 직항로 개설로 그동안 한국, 홍콩, 마카오 등을 거쳐 양안을 오가던 중국 관광객들의 간접관광 소비수요도 기대할 수 없다.

또 아시아의 물류허브 역할을 맡아오던 홍콩은 무역, 해운, 금융 등 관련분야에서 대만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쳐야 한다.

린이푸 교수는 “양안간 삼통 실현으로 홍콩경제가 단기적인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홍콩도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만은 중국경제의 세계경제 영향력 증대에 따라 본토의 경제적 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 중국도 동포관계 차원에서 이웃 한국, 일본 등에 비해 더욱 많은 경제적 실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대만의 본토경제 의존도를 높여 양안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고 정치적 통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건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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