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힘든 금융소외계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일반 신용대출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소액신용대출 시장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높지 않은데다 오히려 리스크 관리 부담만 떠안게 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저신용층 끌어안기가 핵심=대형 시중은행들은 자회사를 통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오는 6월부터 자회사인 기은캐피탈을 통해 서민과 저신용자 등을 포함하는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기은캐피탈의 소액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연 20%대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대출금 규모는 초기 500만원 수준으로 시작한 후 점차 늘려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을 통해 연 13.0~37.0%의 금리를 적용하는 신용대출상품 '미니론'을 출시했다.
우리금융지주도 5월 중 자회사 우리파이낸셜을 통해 대부업체 이용 고객이 은행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론에 참여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기존 캐피탈 회사를 인수하거나 자회사를 신규 설립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소외계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적극 출시하고 있다.
2006년 말 현재 18~90세 성인 가운데 564만명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등급 8~10등급에 해당된다.
금융소외계층 입장에서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이득이다. 현재 대부업체 최고 금리는 연 49% 수준이지만 은행들이 판매하는 소액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는 20~30% 수준이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과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가 정착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금융소외계층으로 전락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업 시장이 확대될 경우 거시경제 차원에서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리스크 관리가 관건=은행들의 소액신용대출 시장 진출에 대해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소액신용대출 시장 규모가 열악해 은행들로서는 예상하는 수익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홍 단국대 교수는 국내 합법적인 대부업 시장 규모는 3조원 정도로 이 가운데 은행이 진출할 수 있는 부분은 1조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국민은행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약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칠 것"이라며 "이 정도라면 금리를 0.1%포인트 올리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라고 꼬집었다.
실익은 적은 대신 리스크 관리 부담은 훨씬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은행들이 잠재 고객층으로 설정한 이들의 신용등급은 6~8등급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은행 거래 고객보다 위험이 높아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은행들이 그동안 저신용층에 대한 리스크 관리 경험을 쌓지 못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대부업체에 이어 은행마저도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은행권의 평판 리스크가 악화될 수 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로 인해 은행의 평판이 나빠지는 위험이 있다"며 "무분별한 소액신용대출 시장 진출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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