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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정부의 자동차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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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4-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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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정부는 LPG경차와 LPI경차하이브리드(LPG연료를 휘발유 차량처럼 인젝터에서 분사하는 방식)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2004년 참여정부의 ‘디젤 승용차 국내시판 허용’처럼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난을 사고있다.

정부는 2001년부터 1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단행, 2005년 2차 개편을 거쳐 지난해 하반기 세제개편을 마무리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최종 석유가격은 휘발유:경유:가스의 가격비율을 100:85:50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경유가 급상승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유 승용차는 거의 팔리지 않고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어도 자동차 정책은 ‘탁상공론’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섣부른 정책 발표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아냥마저 사고있다.

이번 LPG경차와 LPI경차하이브리드 제작 및 판매 허용도 자동차 실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정책에 불과하다고 완성차 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쏘나타, 로체, SM5 등 2000cc 이상의 택시에 장착되는 가스통(길이 150cm×직경30cm)은 70ℓ로 빈 연료통 무게만 25kg에 달한다. 이 가스통을 경차에 장착하면 경차의 트렁크는 연료통으로 꽉차게 된다. 가스통을 40ℓ로 줄이는 방법도 있다. 또 연료통을 차량 바닥에 설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방법 모두 실현 가능성이 적다.

40ℓ 연료통을 가득 채워도 서울-부산간 경부고속국도를 주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까지 가려면 휴게소에 들러 한번 정도 주유를 해야한다. 그러나 이는 표준연비 산출 방식에 따른 이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

고속국도를 운행해 본 운전자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100km/h 이상으로 도로를 주행하면 얼마나 빨리 기름이 소모되는지... 고속국도에서는 평균 120km/h 이상으로 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40ℓ 가스통을 장착한 경차가 부산까지 가려면 3번 이상 휴게소에 들러 주유해야만 한다.

차량바닥에 가스통을 장착하는 방법은 안전성 문제로 연료통을 두꺼운 철판으로 감싸야 한다. 차중량 증가는 불보듯 뻔하다. 차중량 증가는 엔진을 크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차 범위를 벗어날 수 있어 또 문제다.

경유 승용차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말한다. 2004년 경유 승용차 시판 허용 발표 당시 이미 현대차는 디젤 승용차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었다. 이 정책 발표후 GM대우차 등 경쟁사들은 ‘현대차 봐주기’ 정책이라고 크게 반발한 바 있다.

특히 2005년차 2차 세제 개편으로 경유가 인상이 확실시 되면서부터는 시민단체들로부터도 큰 반발을 샀다. 당시 운전자들은 경유차가 휘발유차 보다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이유로 선호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완성차 업체들은 정책 발표 후 연구·개발비와 생산설비 구축 비용으로 수백억에서 수천억을 투자했다. 그러나 경유 승용차의 현실은 세재 개편 등에 따른 고유지비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있다. 완성차 업체에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민생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바는 잘 안다. 또 친 기업 정부를 표방,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조성하려는 점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더 연구하고 관련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숙한 정책만이 국민과 기업들로부터 환영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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