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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회장 사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8-04-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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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략기획실 폐지, 사장단협의회 가동

차명재산 공익기여, 은행업 진출 포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87년 취임한 지 20여년만에 퇴진한다.

또 삼성그룹의 시종(始終)을 이끌어 오던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사임한다.

아울러 홍라희 관장이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을 사임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고객총괄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한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22일 오전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0가지 항목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 1층 국제회의실에서 특검 수사결과에 따른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 회장과 함께 퇴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학수(앞줄 오른쪽 두번째) 부회장과 김인주(왼쪽) 사장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

이건희 회장은 기자회견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직을 내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삼성과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에서 이 전무로 연결되는 그룹내 경영권 상속 및 승계구도의 근간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은 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전략기획실(실장 이학수 부회장)은 해체하고 이 회장의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계좌(재산)은 실명전환한 뒤 개인 이익이 아니라 사회 등의 유익한 일에 쓰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또 이학수 부회장과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김인주 사장은 잔무처리를 마친 뒤 일체의 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삼성은 또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그동안 세간에서 떠돌던 삼성의 금융권 진출을 불식시킨 후 비(非)은행 금융업종 육성에 주력키로 했다.

삼성은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은 당장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순환출자의 핵심 고리 가운데 하나인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주식(25.64%)를 4~5년내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키로 했다.

삼성은 또 이번 특검 수사에서 횡령 등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과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의 사임을 결정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퇴임후 삼성을 대외적으로 대표할 인물로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을 지명했다. 또한 앞으로 계열사간 업무 협의와 조정을 맡게 될 사장단회의(사장단협의회)를 실무 지원하고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의 창구와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를 전담하는 업무지원실을 임원 2-3명 정도로 꾸려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설치키로 했다

삼성은 이들 쇄신 가운데 전략기획실 해체와 사임 등 가능한 부문은 6월말까지 법적 절차와 실무 준비를 거쳐 완료한 뒤 7월1일부터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이날 회견에 직접 나와 ‘국민께 사과 및 퇴진 성명’을 통해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 안고 간다”며 “특검 문제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다”면서 “앞으로 더 아끼고 도와 주셔서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이어 삼성직원들을 향해 “20년전 저는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 모든 영광과 결실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정말 미안하다”며 고별사를 대신했다.

박용준 기자 sasor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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