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기업과 맺은 대출 한도에서 미사용분을 취소할 수 있는 대출약정을 마련한다.
은행의 건전성 기준을 강화한 바젤Ⅱ 시행으로 미사용 한도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게 됨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번주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실무작업반(TF)을 구성해 '취소가능 대출약정(미확약부 약정)'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취소가능 약정은 은행이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있거나 고객의 신용등급이 악화할 때 자동으로 취소되는 약정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고객과의 개별약정 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표준약관 관행이 정착돼 있어 표준대출 약관을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가령 업체가 은행과 100억원의 대출한도를 설정했지만 실제 50억원만 사용했을 경우 은행이 나머지 50억원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한도 축소로 기업 측이 급전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취소가능 약정을 선택하는 업체에는 수수료나 금리 등에서 이익을 주는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논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사전 협의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의 의견도 구할 예정이다.
현행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새 약관이 이 규정에 저촉하는지에 대한 공정위의 의견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약정 도입의 필요성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을 결정하고 관계 당국과의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도입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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