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지난 3년간 적립한 퇴직연금 1조원 가운데 70% 가량이 삼성 계열사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이 초기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삼성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힙입은 결과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다른 금융사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계열사 간 맹목적인 밀어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1조4억4000만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31.1%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 계열사가 삼성생명에 가입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6851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68.5%에 달한다.
삼성생명에 퇴직연금을 가입한 삼성 계열사는 총 10곳이다.
계열사 별로는 삼성물산이 2010억원을 납입해 가장 많았으며 삼성SDS(1614억원)와 삼성화재(1511억원)도 1000억원 이상을 납입했다.
이어 삼성카드(512억원), 삼성엔지니어링(344억원), 에스원(296억원), 에버랜드(268억원), 제일기획(172억원), 삼성중공업(124억원) 등의 순이었다.
최근 삼성테스코도 퇴직연금에 가입했지만 삼성생명 측은 구체적인 가입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같은 보험 계열사인 삼성화재와는 퇴직연금에 맞바꿔 가입하면서 서로 실적을 올려주고 있었다.
2월 말 기준 삼성화재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590억원으로 이 가운데 삼성생명에서 가입해 준 금액은 무려 12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은 계열사들의 퇴직연금 몰아주기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운용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4.35%로 경쟁사들의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미래에셋증권은 무려 14.20%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국민(5.42%) 우리(5.56%) 기업은행(6.13%) 등도 5%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생보업계에서도 미래에셋생명(5.74%)과 교보생명(4.61%) 등이 삼성생명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확정기여(DC)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4.74%로 미래에셋증권(12.50%)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명목 상의 1위일 뿐 내실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5년 12월 첫 시행된 퇴직연금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삼성생명이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계열사 간 몰아주기에 따른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지원 덕에 적립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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