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와 약달러로 직격탄을 맞은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가격 인상이라는 강수를 뒀다. 도요타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CNN머니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요타는 이번달 말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할 것이며 가격 인상폭은 1% 내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소형차 '야리스' 가격을 200달러 인상해 1만2424달러로 끌어 올리고 2009년형 '캠리' 가격 역시 200달러 올려 1만8920달러를 받을 계획이다.
고유가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 가격은 300달러 비싸져 2만5650달러로 인상된다.
도요타는 럭셔리 모델인 렉서스의 가격 역시 끌어 올린다. 이에 따라 이번달 말 미국 소비자들은 '렉서스 IS 350' 모델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비해 300달러 높아진 3만630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도요타의 전격적인 가격 인상이 약달러가 지속되고 있는 것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신용위기 부담으로 가뜩이나 미국 자동차 시장이 부진한데다 유로와 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4엔대에서 움직이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 3월 100엔대가 무너지는 등 급락세를 지속한 끝에 최근 105엔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일본의 대표 자동차기업이 가격을 인상한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이번 도요타의 가격 인상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반영해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부동산 시장 역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GM은 지난 1분기에만 33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포드는 예상을 깨고 같은 기간 1억달러를 순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실적은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월 들어 판매 상황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의 4월 판매는 모두 전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도요타의 이번 가격 인상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타나고 있다.
도요타가 소폭이나마 매년 가격을 인상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가격 인상 역시 일상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즈호투자증권의 카와이 아츠시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는 "외부 사람들은 도요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전체 업종과 같이) 도요타 역시 시장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일본 기업인 닛산 역시 350Z 로드스터와 패쓰파인더 등 주요 모델의 가격을 지난달 170~480달러 인상한 바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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