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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주주들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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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5-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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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증권사 신설 강행에 주가 폭락
시가총액 열흘새 2조원 증발
증권업계 "시장 거스른 정책"

정부가 증권사 신설을 무더기로 허가하는 바람에 기존 증권사의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어 종합증권사 3곳(기업은행.SC제일은행.KTB네트워크)과 자기.위탁매매증권사 2곳(LIG손해보험.토러스증권), 위탁매매증권사 3곳(ING은행.코린교역.바로증권중개) 등 모두 8개사의 신설을 예비인가하고 현재 54개인 증권사를 62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가총액 2조원 증발=금융위는 8개 증권사의 신규진입을 인가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을 통한 '합종연횡'을 유도해 산업구조를 대형 금융투자회사 중심으로 재편, 증권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산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가총액 상위 10개 증권사의 주가는 금융위의 인가 발표를 전후한 최근 10거래일(4.30~5.16) 동안 평균 5% 넘게 급락했다.

종목별로는 동양종금증권(-13.21%)이 가장 많이 떨어졌고 유진투자(-9.48%) 삼성(-8.36%) 대우(-6.18%) 현대(-5.40%) 대신(-4.49%) 미래에셋(-3.98%) SK(-1.39%) 신영증권(-0.96%)이 뒤를 이었다. 시총상위 10개사 가운데 우리투자증권(+3.24%)을 뺀 9개사가 일제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8.04%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체감 하락폭은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들 회사의 시총도 26조7919억원에서 24조8556억원으로 1조9363억원 감소했다. 삼성증권(-4946억원)이 가장 많이 줄었고 미래에셋(-4793억원) 대우(-3992억원) 동양종금(-2608억원) 현대(-1700억원) 유진투자(-775억원) 대신(-559억원) SK(-256억원) 신영증권(-132억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398억원)은 늘었다.

◆"시장 거스른 정책"=금융위의 신규 증권사 인가로 인해 기존 증권사의 주가가 급락하자 해당 회사에 투자자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증권사의 관계자는 "주요 증권주가 일제히 급락한 점은 이번 금융위의 결정이 시장을 거스른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을 반증한다"며 "개인과 기관 투자자로부터 하루 수십통의 항의 전화가 걸려오지만 회사 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 폭락으로 인해 투자자는 물론 회사도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며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 실시를 검토했으나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유보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신규 증권사의 등장이 금융위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증권사간 경쟁을 격화시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을 약화하고 산업구조의 개선마저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업계는 시장규모의 확대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한정된 시장에 신규 증권사가 대거 등장함으로써 격쟁 격화에 따른 업계 전체의 수익성 하락이 선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로 인해 정부가 바라는 대형 투자은행(IB)의 등장시기 마저 늦어질 수 있다"며 "당국은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앞서 업계 안팎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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