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김 숙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과 3자회동을 가진 뒤 북핵 신고가 임박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북핵 신고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수주간 ‘빠른 속도(quickening pace)'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차기 6자회담 일정이 협의됐고, 북한이 중국에 신고서를 내는대로 `아주 빨리(very soon)'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힐 차관보는 덧붙였다.
이처럼 힐 차관보가 이례적으로 회동 후 기자들에게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한 것도 북핵 신고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힐 차관보가 중국·러시아 방문을 통해 막판 조율을 하고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대한 핵프로그램 신고를 하면 6자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일련의 추측과 함께 북핵 신고 시점은 5월말에서 6월초 정도로 거론되고 있다.
신고내용과 관련, 힐 차관보는 "(그것은) 패키지로 북핵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플루토늄 뿐만 아니라 북-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 및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이 어떤 형태로든 포괄적으로 반영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 행정부는 북한이 핵신고를 하게 되면 그에 상응한 조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고 적성교역법의 족쇄도 풀어줘야 하는 만큼 미 의회가 크게 반발하지 않도록 적어도 북핵 신고서의 완결성을 갖춰 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시리아 핵협력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북한이 간접 시인하는 방식으로 신고 내용에 기술될 가능성이 커 의회 내 `매파'의 비판에 직면할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편 북미 관계가 우호적인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3자 회동에 대해 한국의 김숙 본부장과 일본 사이키 아주국장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태여서 사이키 국장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또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오길 바란다"며 대북 에너지 지원 등은 북한이 일본의 우려를 해소하느냐에 달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적극적인 대북지원 의사를 유보했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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