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경색 사태에도 아시아 수출시장은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주도의 아시아 국가들이 신용경색 사태에 허덕이는 미국의 수요 감소를 우려했지만 실제로 미국발 신용위기가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전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FT는 한국 울산의 수출 현장을 예로 들고 미국 경제의 둔화를 우려했던 현대자동차가 최근 실적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0만대에 달하는 자동차를 수출한 현대차는 올해 울산항을 통한 수출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의 장석산 상무는 "지난 2~3개월은 매우 좋았다"면서 "그러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기업 경영인들은 대부분이 경기침체를 맞고 있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요 감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국과 인도를 선두로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여전히 내수에 의존하기에는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수출 비중이 막대한 것이다.
아시아 수출기업의 우려와 달리 올들어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성적은 양호한 상황이다. 4월 한국의 수출은 3년래 최대폭으로 늘어났으며 중국 역시 167억달러(약 17조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 2대 컨테이너항인 홍콩의 수출은 1분기에 1.4% 증가했다.
우려와 달리 미국 경제의 부진에도 아시아 수출시장이 견고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수출시장이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분기 중국과 일본, 한국, 대만의 대미 수출은 4.7% 늘어나 증가율이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지만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22.4% 증가했다.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도 아시아 수출시장의 대미 의존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아시아 주요 4개국이 중국을 제외하고 이머징마켓으로 수출한 물량은 2분기 연속 36% 이상 늘어났다.
세계은행의 비크람 네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수출시장이 재조정에 들어갔다"면서 "EU와 중동,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 고객을 잡기 위해 현지 생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0년에는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 비율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70% 정도다.
한편 외환시장 역시 아시아 수출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는 달러 대비 연기준으로 2.3% 상승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통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크리스티 탄 아시아 외환 투자전략가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원화 약세로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리먼브라더스는 이번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수출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8.2%에서 9.3%로 사향 조정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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