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2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삼성특검'으로 퇴진한 이건희 전 회장의 공백을 빠르게 메우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사내 업무간 공조체제를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이 전 회장의 아들 이재용 전무의 거취가 확정되면서 특검의 아픔을 빠르게 봉합하고, 경영안정화 조치의 '끝내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미래성장' 조직개편 = 삼성전자의 이날 조직개편 중심은 사업 통폐합하면서 유사한 분야를 한데 묶었다.
특히, 기술과 제품 등의 융합을 통해 조직의 스피드와 효율을 높이면서 미래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 집중하자는 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정보통신총괄에 컴퓨터와 MP3를 이관했고, 생활전사업부가 디지털미디어(DM)총괄 소속으로 바꿨다.
삼성전자는 “전략 모바일 제품인 MP3를 정보통신총괄 산하의 독립사업팀으로 이관해 정보통신총괄이 보유한 핵심기술과 브랜드가치, 디자인 등의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M총괄 또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에 날씨와 오락, 디지털방송 등 정보디스플레이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는 면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만성적인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생활가전 사업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TV사업을 맡고있는 DM총괄의 기술과 마케팅력을 보완하면서 큰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연구개발 조직이 종합기술원과 기술총괄 이원 체제에서 기술총괄-총괄연구소-사업부개발팀으로 단일화하면서도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했다.
기술총괄은 전사적인 원천기술과 신수종분야 기술연구에 매진하게 되고, 총괄연구소는 해당사업의 핵심기술에 매진하게 된다. 또 사업부 개발팀은 제품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 분야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미래를 대비한 선행연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종합기술원의 과제는 해당 총괄 별로 이관하고 종합기술원은 기술 총괄 산하에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쇄신안에는 협력업체와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생협력실’을 신설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상생협력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다.
그러나 고유가와 원자재 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일부 기업이 납품을 난색을 표명하는 협력업체와의 관계개선을 하기 위한 창구를 만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후계자 역시 이재용=이번 조직개편의 또다른 특징은 이재용 전무의 후계수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날 인사에서 이 전무에게는 중국, 인도, CIS 등 이머징마켓과 삼성의 글로벌 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이 돌아갔다.
이는 해당 지역의 현지 직원들과 시장을 분석하고 신규시장 개척에 주력한다는 것으로, 실질적인 경영수업을 쌓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해외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시장분석과 신규시장 개척에 주력하면서 CCO(최고고객책임자)로서 구축해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영업을 지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무가 해외시장을 개척함에 있어 필요에 따라서는 삼성전자의 대부분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셈이다.
이 전무의 직속상관이 부회장이라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반 기업의 경우 해외시장개척은 해외사업본부와 같은 특정 부서에 소속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부회장 직속 전무로 자리를 할당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전무가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해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지, 향후 삼성그룹의 체제변화속에서 어떤 경영 승계 과정을 밟게 될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전열정비 마치고 새출발 잰걸음 = 삼성은 이날 삼성전자의 임원 인사에 이어 조직개편 마무리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건희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골자로 한 쇄신안이 발표된 지 한 달 만에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조직정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 임원 인사를 매듭지은 데 이어 이날 조직개편을 발표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재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따라서 이번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은 그동안 특검으로 인해 미뤄왔던 투자와 채용계획은 물론 추가 투자계획을 확정하는 등의 발빠른 횡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략기획실 해체 등 남은 작업은 6월말까지 진행하고 7월1일부터는 새로운 체제로 변신한 삼성 조직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전열을 재정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이제 재도약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으며, 전체 임직원은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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