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중소기업의 키코(KIKO: 통화옵션 상품) 분쟁이 대규모 민사소송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과 중소기업이 상대방의 과실을 서로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과 중소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키코 책임 분쟁에 대해 은행의 보상을 유도하는 등 직접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무역협회 초청강연에서 "경제주체 간 과거 거래를 사후적으로 얘기하기보다 앞으로 개선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고 말해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도 "은행과 기업이 책임을 분담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책임 분담 비율의 결정은 금융당국이 아니라 민사 소송을 통해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계약 내용과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확인하는 서명도 받았기 때문에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주거래 은행의 말만 믿고 가입했는데 은행은 이익이 되는 부분만 설명해주고 손해가 나는 부분을 말하지 않았다며 일부 손실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만 은행들이 키코 판매 실태와 기업들의 피해 현황을 면밀히 조사해 향후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개별 은행이 수출기업과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할 때 관련 거래 정보를 은행연합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대규모 민사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이 기업에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릴 의무를 게흘리 했거나 한 은행에서 필요 이상의 과도한 헤지 상품을 판매했음이 입증되면 소송 등의 절차를 통해 은행 측에도 일부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어 환차익을 볼 수 있지만 환율이 애초 지정한 상한을 넘어서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손실을 입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은 3월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1조9천억원, 대기업이 6천억원의 환차손을 각각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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