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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린스펀은 최근 수주 동안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으나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그린스펀은 FT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50% 이상"이라면서 "그러나 심각한 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같은 그린스펀의 발언은 최근 금융시장에 일었던 미국 경제 낙관론과 배치되는 것으로 이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6주에 걸쳐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개선되고 기업 활동 지표가 공개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힘을 얻었지만 결국 이는 기대였을 뿐이라는 신중론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최근 증시 반등을 이끌었던 '신용위기 바닥론'에도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금융시장의 위기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면서 "금융시장의 최악의 상황은 부동산시장의 움직임과 큰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한 신용위기 역시 바닥을 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미국의 주택가격이 지난 2월에 비해 앞으로 10% 가까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제 둔화가 이어지고 시장의 과열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집값은 추가로 5%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는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 처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스펀은 또 현재 경제에는 일종의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금융산업의 압력과 기업의 강력한 유동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유동성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스펀은 가장 큰 위험은 가계 저축률이 예상보다 빨리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고용시장의 위축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2를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축률이 높아질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씀씀이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의 둔화로 이어진다.
신문은 이같은 현상은 지난 수년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2001년 경기 침체 당시에도 소비지출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린스펀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산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서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과 혁신,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혼란의 시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당국자들이 거품을 억제하기보다는 금융기관들이 거품 붕괴 사태를 견딜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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