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모스크바 정보통신박람회 행사 전경.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빵을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던 러시아가 풍요를 누린다면 얼마나 믿을까. 모스크바에 살면서 피부로 느끼는 점은 러시아가 '풍요로운 사회(The Affluent Society)'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가 모델로 삼은 바로 그 사회이다. 1990년대 중반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과소비를 걱정할 정도로 러시아가 자본주의적인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석유 가스 에너지 자원 수출로 부활에 성공하면서 달러가 넘쳐나고, 외환위기 때 누려보지 못한 아니 러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민도 심각하다.
러시아 사회의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억만장자들이 급증하는 반면에 극빈층이 늘어나는 등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이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고아들과 노숙자들이 크게 늘어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사회 실태와 전망 등을 개괄적으로 짚어 본다.
◆ 유행처럼 번지는 과소비 열풍= 모스크바 북서부 프랑스계 대형 매장인 아샨. 평일인데도 넓은 주차장이 승용차로 꽉 차고, 9만㎡의 매장은 소비자들로 발을 디딜 틈이 없다. 이 곳에는 최신 가전제품에서 생필품까지 전 세계 최고급 상품들이 가득 진열돼있다.
수레마다 상품이 넘쳐나고 70여 개의 계산대는 손놀림이 바쁘다. 모스크바 시민은 "요즘 돈을 많이 버니까 훌륭한 매장에서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모든 게 완벽합니다. 인생이 즐겁습니다"라며 자신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경제성장과 함께 러시아 국민들의 소비 역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모스크바의 대형 쇼핑센터 내부. |
이같은 대형매장과 백화점 등 현대 유통시설이 러시아 전국에 7백 10개에 이르고 있다. 러시아 전국적으로 연말까지 4백 60만㎡가 증축될 전망이다. 유럽 전체 매장 증설면적 1,114만 ㎡의 40%로 최고 수준이다. 러시아는 유럽의 아니 세계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소비시장다.
그래서 대형매장 메가몰을 운영하는 스웨덴계 페르손 부사장은 "러시아 국민은 소득의 72%에서 88%까지를 소비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매우 흥미있는 시장입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세계 자동차 각축장=세계 자동차를 모두 보려면 러시아로 오라! 과장이 아니다. 시장을 보고 거리에 나서면 주요 도심은 세계 자동차 전시장으로 변한다. 지난 5년동안 자동차 보급이 5배나 늘어나 차가 옴짝달싹을 못한다.
모스크바 도심의 경우 서울 강남대로보다 차가 더 밀려 곳곳에서 교통체증으로 고통이 크다. 체증이 없으면 10분 걸릴 거리를 1시간이상 지나야 겨우 통과할 정도이다. 통상적인 거리 개념으로 생각했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셰레메체보 국제공항에 영접하러가거나 모스크바 시내로 들어올 때는 충분히 체증 시간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쯤 되면 누가 러시아를 후진적인 공산주의 사회로 여기겠는가? 자동차는 러시아 국민 천명에 170대, 전체적으로는 2, 400여만 대가 보급됐다.
올해는 300만 대 규모의 시장을 두고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각축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자동차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최대 자동차업체 라다의 컨셉트카인 프로젝트-C. |
러시아 자동차 판매상 협회 크롤리베츠 부회장은 "러시아인들이 자동차를 생활의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강조하는 수단으로서 생각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와 비슷한 소비 행태(Consumption Behaviour)로서 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예고한다.
◆세계 5대 경제대국의 머나 먼 꿈=푸틴 총리는 대통령 시절 러시아를 2020년까지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계획을 세웠다. 푸틴 계획(Putin Plan)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석유 가스 에너지와 군수산업 등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사회 하부구조가 취약한 점이 근본적인 장애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노동절을 맞아 러시아 전국 근로자들이 물가안정 대책을 요구할 정도로 물가안정 문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2007년 물가가 11.9% 오른 데 이어 5월들어 벌써 6.3%나 올랐다. 연말까지 러시아 정부는 한 자릿수 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1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문제는 체제 안정과 직결될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물가 오름세와 함께 급격한 외화 증가는 자칫 러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5월 7일 취임한 메드베데프 새 대통령은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 법적 허무주의(Legal Nihilism), 불법 부정부패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건전한 시민사회를 건설하고 그 바탕 위에 경제를 활력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제사회정책 등을 통해 중산층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비교적 적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겠다. 여하튼 메드베데프 새 정부가 앞서 얘기한 경제사회적 병폐를 치유하지 못한다면 <세계 5대 경제대국>, <강한 러시아 건설>은 벽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오화황 통신원
아주경제연구소 ajnews@ajnews.co.kr
<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