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리포트] 러시아에서 돈 자랑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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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6-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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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양극화 문제는 '심각'

   
 
 
90년대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러시아에서 외국인들의 돈 자랑은 무색할 정도이다. 러시아는 10억 달러 이상의 억만장자가 110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억만장자들이 많다.

석유 가스, 건설 등을 지배하고 있는 과두 기업 소유자(Oligarchy)들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부를 거머쥔 기업가들로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40대 전후의 젊은 세대들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적극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지금 나라의 정책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서방측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들의 쓰임새도 천문학적이다. 러시아 제2의 갑부이자 영국 프로축구 첼시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는 영화관과 수영장 등이 딸린 3,000억 원대의 저택을 런던에 재건축할 계획이다.

이는 지금까지 기록 가운데 영국에서 가장 비싼 저택이다. 러시아의 억만장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프랑스, 이탈리아 등 외국의 고대 성을 별장으로 사들이거나 고급 미술품을 사재기하는 등 세계 소비시장에서 큰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급 미술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박물관에 기증하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 과두 기업 소유자들의 애국하는 모습이다.  하루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 유입

러시아가 이처럼 경제적으로 부활하게 된 것은 석유 가스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하루에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가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양은 하루에 980만 배럴로 세계 시장의 12.3%를 차지한다. 물론 1위의 생산양이다.

가스 생산양도 한해에 6,560억 ㎥에 이른다. 세계 시장의 23.2%로 1위를 차지한다. 또 철광석과 마그네슘, 니켈, 구리, 금 다이아몬드 생산양이 세계 1위에서 5위를 점유할 정도로 자원대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는 지난해 전체 국민총생산이 1조 3,000억 달러로 세계 9대 경제대국으로 진입했다. 1인당 GNP도 8,962 달러로 올라섰으며, 외환보유고도 5월 8일 현재 5, 334억달러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7%를 넘는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2020년에는 5조 달러로 세계 5대 경제대국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푸틴 전 대통령은 5월 8일 총리로 취임하기 직전 국가 두마, 하원에서 행한 연설에서 구매력 지수로 올해 안에 영국을 따라잡고 세계 6위의 대국에 올라설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사회 양극화는 러시아의 걸림돌=그러나, 이같은 거시경제 지표와는 달리 어두운 그림자가 러시아에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사회 양극화와 가정의 붕괴가 발목을 잡고 있다. 최상위 계층 10%와 최하위 계층 10%간의 소득격차는 전국적으로 평균 16.8배, 모스크바는 41배나 차이가 난다.

한달에 210 달러이하의 극빈층이 500만 명에 이르고 국민의 50%가 정부 보조가 필요한 실정이다. 연금 수령 노인이 390만명이나 되지만 연금수령액은 140달러밖에 안되고, 노령화로 연금수령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인과 기업체 간부, 전문직 종사자, 숙련된 근로자 등 중산층은 25%에 그치고 있다. 뒤늦게 정책당국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전문가 토론회를 여는 등 비상이다.

전문가들은 사회통합을 위해서 중산층을 60%로 확대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타루소프 러시아 공공사업연구소장은 "러시아 국민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등 중산층 지원정책이 시급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열병처럼 번지는 이혼과 가정해체=러시아는 경제부활과 과소비 열풍 속에서 한편으로는 이혼이 열병처럼 크게 늘어나 큰 걱정이다.

1,000 쌍이 결혼하는 동안 800 쌍이 갈라서 가정해체가 일상화하는 현실이다. 실례로 30대 중반의 러시아 여성은 세 번째 결혼생활을 하며 손녀를 두고 있다. 보통 서너번은 이혼을 한다고 한다.

자녀가 딸린 여자의 경우 재혼이 어려워 힘들게 생활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60여만 명의 어린이가 부모의 이혼 등으로 버려지고 있는 점이다.

버려진 아이들과 고아들을 포함한 75만 명의 어린이들 가운데 고아원서 보호받는 어린이는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러시아 고아원은 아주 잘 차려진 호텔같다. 9살된 우사티코바는 "여기 있는 것을 다 좋아해요. 밥도 잘 주고, 잠도 잘 재워줘요. 여기서 사는 게 좋습니다"고 말한다.

11살된 이브디예프는 "오래 전에 부모를 만났어요. 못 본지가 오래됩니다"며 아쉬워한다.

버려진 어린이들의 절반 정도가 자라서는 우범자로 분류되며, 40%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또 40%는 마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10%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알렉산드로브나 고아원장은 "가정이 살아야 됩니다. 어린이는 좋은 조건에서 자라야만 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라며 새로운 접근 대책을 주장하고 있다.

가정해체 등의 사유로 전국을 떠도는 최대 400만명에 이르는 노숙자도 러시아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이들은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면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심한 경우 폭력 등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질병 등으로 비참하게 지내고 있다. / 모스크바=오화황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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