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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주택 권리를 상실하는 것을 뜻하는 '포어클로저' 표시가 붙은 미국 주택의 모습. |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소비는 여전히 살아날 줄 모르고 있고 부동산 시장 또한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7.2를 기록하면서 전월의 62.3에서 큰 폭 하락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6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난 1992년 이후 최저치다. 지표만 놓고 볼 때 미국의 소비심리는 16년래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현재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동행지수는 전월의 81.9에서 74.4로 하락했고 향후 6개월 뒤의 소비심리를 예측할 수 있는 기대지수는 50.0에서 45.7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컨퍼런스보드는 소비자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물가가 7.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치의 하락과 갤런당 4달러에 육박한 유가의 고공행진이 소비심리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해석했다.
웰즈파고의 스캇 앤더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심리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는 부동산 시장 역시 좋을 수 없다"라면서 "주택가격의 하락과 신용위기 사태가 지난해 예상했던 것에 비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용위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 역시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지표인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3월 전년 동기 대비 14.4% 하락했다. 이는 지수가 산정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상무부가 공개한 신규주택판매는 4월 들어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년과 비교할 경우 42%나 줄어들어 지난 1981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주요 지표가 공개되면서 일각에서 일었던 미국 경제 낙관론은 다시 고개를 내렸다. 와코비아의 제이 브리슨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의 본격적인 하락과 고용시장의 회복이 있기 전까지 섣부른 기대는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S&P/케이스쉴러 지수의 공동 창안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부동산 가치가 2006년 정점에서 3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수치화환 케이스윌러지수는 2006년 7월 미국 주택가격이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17% 하락한 상태다. 쉴러 교수의 전망이 맞는다면 주택가격은 추가로 10% 이상 하락하게 된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최근 집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동안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의 비율은 2.1%로 줄어들었다.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매매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퀵인포메이션시스템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주택판매가 29% 증가해 4월 판매로는 20년래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펀더멘털적인 개선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집값이 전년 대비 22%나 하락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유가 하락의 영향이 컸기는 하지만 증시가 상승했다는 사실은 증시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날 다우지수는 0.55% 상승해 1만2548.35를 기록했고 나스닥은 36.57포인트 오른 2481.24로 장을 마감했다.
이스턴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의 존 카타르 최고투자책임자는 "펀더멘털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웬만한 악재는 이미 시장에 반영이 됐다"면서 "연말까지 주요 지수는 올해 고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웰즈캐피탈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 수석 투자전략가는 "소비자들이 항복했다는 것은 과대평가된 것"이라면서 "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좋은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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