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 개 이상의 별이 모여 있는 거대한 은하들이 충돌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격정적인 순간들을 보여준다. 은하들의 충돌로 새로운 별들이 태어나기도 하고, 또 수많은 생명체가 사라지기도 한다.
20세기에 밝혀진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는 빅뱅 이후에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 따라서 은하들은 일반적으로 서로 멀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멀어져가고 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정상 우주론, 즉 우주 팽창 이론이다. 그런데 왜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지 않고 충돌하는 것일까?
모든 은하가 서로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은하들은 우주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지어 있다. 우리은하로부터 5백만 광년 거리 내에 있는 은하들을 국부 은하군(群)이라고 하는데, 이 은하들은 서로를 잡아당기는 인력 때문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주 팽창 이론에서 말하는 멀어지는 은하는 국부 은하군에 속하지 않는 은하, 즉 서로의 중력이 작용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먼 거리에 있는 은하들을 말한다.
대부분의 은하들은 그 중심에 태양 질량의 백만 배에 가까운 거대한 블랙홀을 갖고 있다. 블랙홀 주변에는 회전축을 중심으로 감마선과 X선과 같은 엄청난 제트(Jet) 에너지 에너지가 분출된다.
은하 충돌 시에 거대한 블랙홀에서 방출된 이 에너지들은 수천 광년에서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까지 분출되기도 한다. 만일 그 같은 에너지들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오존층과 자기장이 파괴되면서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은하의 충돌이 우주의 큰 변화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그 충돌을 걱정하기 보다는 우주의 자연스런 변화로 받아들이고,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글 : 이태형 대전시민천문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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