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 대통령을 능가하는 외교정책 발언을 서슴치 않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5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코삭 갸 레지멍 박물관에서 러시아 이민 단체와 회의를 가진 푸틴 총리가 차르 니콜라이 2세의 초상화 앞에 서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 |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총리로서 프랑스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러시아의 외치 문제를 두루 언급하는 등 자신이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국빈급 예우를 받으며 지난 29일(현지시간) 프랑스를 방문한 푸틴 총리는 자신의 공식 상대방인 프랑수아 피용 총리를 만났지만 이날 저녁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만찬을 함께 하고 30일에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만났다.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광범위한 양국간 현안을 논의했으며 특히 프랑스가 7월부터 유럽연합(EU) 의장국이 되는 점, 러시아와 EU 관계 전반에 걸쳐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푸틴의 공보비서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말했다.
푸틴 총리는 또 31일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무서운 괴물’에 비유하며 미국과의 동맹 관계 구축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을 프랑스에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옛 소련국가들인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로까지 확대해 유럽에서 ‘새로운 베를린 장벽을 만들려고 한다”고 서슴없이 비난했다.
푸틴 총리는 이어 “프랑스는 (미국과 거리를 유지하고)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계속 수행하기를 희망한다”면서 “프랑스 국민은 정부가 (미국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 국민의 속성”이라고 밝혔다.
그가 프랑스 정부에 독자 외교를 주문한 것은 전임자들과 달리 취임 후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견제구로 여겨졌다.
러시아의 헌법 규정에 따르면 외교정책 결정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며 대통령은 총리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권좌를 넘긴 푸틴 총리가 러시아의 외치 문제를 두루 언급한 이날 발언은 대통령을 능가하는 그의 위상을 반영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자신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간의 권력분점에 관한 질문에 푸틴 총리는 “최종결정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한다”면서 “의심의 여지없이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은 메드베데프”라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은 프랑스 방문 중 자신을 러시아의 대통령이라고 언급하는 실수를 범했는가하면 프랑수아 피용 총리 역시 푸틴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무려 3번에 걸쳐 그를 러시아의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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