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의 탈북자 조감독 김철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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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6-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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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경험 영화에 담아.."북한 동포 실상 알아야"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에서 탈북자가 조감독 역할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2001년 탈북해 남한으로 온 김철영(34) 씨는 탈북자들을 다룬 영화 '국경의 남쪽'에 연출부로 참여한 데 이어 이번 영화에서는 조감독을 맡았다.

김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 몽골 등에서 겪는 북한 동포들의 고통이 영화 속에서 과장 없이 묘사됐다"며 "영화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북한 동포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26일 개봉하는 '크로싱'은 아내의 병 치료를 위해 중국 국경을 넘었다가 남한까지 오게 된 북한 주민 용수(차인표)와 아버지를 찾아 북한에서 중국으로, 다시 중국에서 몽골로 국경을 넘는 아들 준이(신명철)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씨의 탈북기는 영화 속 준이의 스토리와 유사했다. 북한을 떠나기 위해 고향인 황해북도에서 두만강 접경지역인 함경북도로 간 그는 그 곳에서 고생 끝에 중국으로 건너가지만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된 뒤 수용소 생활을 했고 이후 다시 중국으로 건너간 뒤 몽골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남한행에 성공했다.

그는 "함경북도에서 생활할 때에는 너무 배가 고파 소똥 속의 옥수수를 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으며 북한군의 눈을 피해 두만강을 건널 때에는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며 "용수처럼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괴로워하는 것은 나를 비롯한 모든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다"라고 설명했다.

탈북자 신세인 까닭에 공안에 쫓기며 중국 생활을 하던 김씨는 주위 사람의 밀고로 공안에 붙잡혀 북한의 악명높은 탈북자 수용소에서 고생을 했으며 몽골 국경을 넘을 때에는 사막의 추위와 갈증을 견뎌야 했다.

영화는 줄거리에서부터 세트 고증, 장소 헌팅까지 김씨의 경험의 곳곳에 묻어 있지만 그는 처음부터 이 영화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남한 사람들의 삶을 배우는데 더 많은 관심이 있었던 데다 들추기 싫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기 싫었다"며 "하지만 '너 같은 당사자가 나서서 실상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감독의 설득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국경지방에서는 준이같은 어린이 꽃제비(일정한 주거도 없이 떠도는 부랑인)를 쉽게 볼 수 있고 영화가 그려내는 탈북자들의 고통 역시 사실 그대로다. 특히 수용소 내의 풍경은 현실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표현이 많이 순화됐다"며 "남한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북한 동포들의 실상을 알고 더 이상 이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남한 정착 후 한양대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그는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당장은 탈북 과정과 이후의 생활에서 내가 겪은 경험을 영화 속에 담고 싶다. 먼 훗날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 간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데 가교 역할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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