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9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함에 따라 2003년의 물류대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8일 고유가 대책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의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데는 2003년 총파업 이후에도 전근대적 물류 체계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고 경유가 마저 최근 폭등하면서 화물트럭 운전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화물연대가 즉각 파업에 나서지 않고 정부와 교섭할 시간적인 여유를 두게 되면 당장 물류 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 직접적인 배경은 경유가 급등이다. 올해 1월 첫째 주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이 1442원이던 경유는 5월 넷째 주에 1877원으로 30% 이상 올랐다.
경유가 급등이 뇌관이 됐지만 파업의 배경에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다단계 주선과 지입제 등 낙후된 화물 운송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운송업체는 5947개이지만 주선업체는 1만1586개로 배가량 많다.중간 단계가 복잡해지면서 운송 대금의 30% 이상을 주선업체가 가져가고, 여기에 각종 비용을 제외하면 운전자들이 손에 쥐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화물연대 측 주장이다.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다단계 알선을 금지하고 있어도 운송업자와 주선업자간 알선은 규정에서 빠져있어 알선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중간 단계를 없애 운임만 제대로 통제해도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물차 공급 과잉으로 운임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불만이 누적되는 원인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2004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 뒤 신규 허가를 신고제 전환 후 신규 허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며 "다만 기존 허가 부분이 많아 수급 균형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화물연대는 최저임금제에 해당하는 표준요율제를 도입하는데 합의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지도부와 접촉을 유지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수송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유가 대책과 각 사업장의 운송료 현실화를 위한 협상이 맞물리면 원만하게 사태가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군 컨테이너 트럭 100대를 확보하고 화물트럭 운송 물량을 철도와 연안해운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체 33만여 대의 화물트럭 가운데 화물연대에 소속되지 않은 운전자들마저 파업에 동참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차단 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