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품가격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홍수 피해가 확대되면서 옥수수 가격이 부셸당 처음 8달러를 넘어서면서 식량대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2009년 7월 인도분 옥수수 가격은 장중 부셸당 8.07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 8달러를 돌파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7월 인도분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7.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8일 연속 최고 행진을 지속한 것이다.
최근 3개월간 옥수수 가격 추이 <출처: CME> |
2008년 7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2% 상승해 부셸당 7.6175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옥수수 가격은 최근 5일간 16% 상승한 것은 물론 이번 달 들어 20%가 넘게 올랐다. 1년전과 비교하면 83%나 상승한 것이다.
7월 인도분 콩 선물 역시 부셸당 15.34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한 채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식량 가격의 급등세가 재개된 것은 기상 악화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풀이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옥수수 곡창 지대인 아이오와 등 중서부 지역이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작황 역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대홍수 이후 최악의 피해를 안겨준 이번 홍수로 미국 곡물재배 면적의 3.8%에 달하는 330만 에이커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강물의 수위는 내려가고 있지만 이들 지류에서 유입되는 물로 인해 중서부 지역 미시시피강의 수위가 15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경제전문매체인 마켓워치닷컴은 미국의 옥수수와 콩 가격 급등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곡물가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옥수수 가격의 10달러 돌파는 기정사실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상품 정보 기관 DTN의 일라인 커브 곡물 부문 애널리스트는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10달까지 상승할 것"이라면서 "문제는 시간일 뿐"이라고 밝혔다.
농업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가 옥수수와 콩 작황이 미칠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수주일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될 경우 옥수수 가격의 추가 상승 요인이 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커브 애널리스트는 "곡물 가격의 상승에 따라 수요가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가축 농가와 기업이 옥수수 사료를 줄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54%를 차지하고 있으며 콩 수출 비중은 36%에 달한다. 밀 역시 전세계 수출량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에 또 다른 기상 재해가 발생할 경우 곡물가격의 추가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편 옥수수 가격 급등은 가축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축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폭등하면서 소값 역시 22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된 축우(畜牛) 선물 8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파운드 당 1.2% 오른 1.034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86년 이래 최고치다.
소 선물 가격은 지난 3월말 부터 20%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며서 식생활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소 값 상승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값이 오르고는 있지만 옥수수 등 사료 가격 상승은 축산 농가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지난주 소사육 농가들은 두(頭)당 50~100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광우병 논란에도 수요는 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미국의 쇠고기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내년에는 15%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농무부는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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