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사태와 고유가 행진으로 글로벌 경제의 침체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시기가 연말까지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신용위기 사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연준이 쉽사리 긴축기조로 돌아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연준이 11월 대선 이후에나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고 곡물을 비롯한 상품시장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어 중앙은행의 본분인 물가 안정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지만 경기침체를 완화하고 대선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은 생각보다 쉬운 카드가 될 수 없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같은 전망이 맞을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은 12월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헨리 코프먼 전 살로만브라더스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선을 앞두고 연준이 행동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대선 전에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연말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을 비롯해 정책 당국자들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과연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 풀러 전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중앙은행은 가능하면 정치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선거전 금리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연준은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면 선거 전에 움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전 금리인상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올 하반기가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라는 점과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 시기는 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연준은 지난 24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한 6월 FOMC에서 연방기금목표금리를 2%로 동결하고 경기 부양보다 인플레 방어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이동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금리인상이 급하지 않다고 밝혀 금융시장에서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한편 연준을 비롯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딜레마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중앙은행들의 경제 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반면 인플레 압력 역시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
마르틴 레드라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2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세계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연말 세계 경제는 둔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인플레와 성장 모두가 문제가 될 것"이라과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9%에서 1.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번달 들어 16개국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3일 정례 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4%로 시장의 예상처럼 ECB가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유로존의 금리는 4.25%로 높아진다. 이는 미국의 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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