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회피 논란

주택금융공사 채권추심직 30% 퇴출 시중은행은 고용보장 적극적 대조 이뤄

#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2년6개월 동안 근무해오다 최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A씨는 억울함을 감출 길이 없다.  정규직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을 했지만 사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에 그의 꿈은 허사가 됐다.

오는 7월 비정규직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일부 금융공기업들이 '변칙 계약' 등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있어 직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달 3일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는 50명의 계약직 직원 중 오는 30일 계약 만료되는 17명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2년6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11개월씩 두 번, 2개월 한 번, 6개월 한 번씩 계약을 연장해 온 이들은  내달 1일부터 비정규직법이 확대·적용되면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B씨 역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줄 알았는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주택금융공사 인사부 관계자는 "정부가 2006년 8월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면 상시로 필요한 인력에 대해서만 정규직화 하도록 돼 있다"며 "채권추심업무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이 급감하면서 필요인력이 줄고 있어 전원 정규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공사 측은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가운데 계약기간이 남는 33명 중 10명 내외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향후 채권추심업무에 공백이 발생할 경우 별도 계약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못한 비정규직 직원들은 "비정규직 인력을 감축해놓고서 다시 필요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것은 정규직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신용보증기금도 채권추심업무에 종사하는 125명의 비정규직 가운데 계약 기간이 만료된 6명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금융공기업과는 달리 시중은행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인 편이다.

국민은행은 올 들어 비정규직 835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용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제도다.

신한은행은 내년까지 비정규직 1500명 가운데 1000명을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키로 노조와 합의했다.

외환은행과 기업은행도 무기계약직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계약 기간이 끝난 본점 사무직 직원들에게 파견업체로 이직할 것을 권유했다고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부딪힌 후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해 노력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해 도입된 법"이라며 "금융공기업과 민간 금융회사를 불문하고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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