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신용회복 제도…채무자는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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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6-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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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대상·방법 모호해 실효성 의문 채무 감면폭도 기대보다 작아

새 정부 들어 금융소외자들의 신용회복을 돕는 각종 제도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정작 수혜 대상인 채무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시행 중인 신용회복 제도를 포함해 비슷비슷한 제도들이 너무 많아 실효성을 거두기 힘든데다 채무 감면폭도 기대했던 것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30일 금융위원회는 신용회복기금을 조성해 대부업체 이용자의 제도권 금융기관 환승을 돕고 대부업체와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재조정하는 내용의 금융소외자 지원 방안을 7월 중으로 발표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국책은행(2500억원)과 민간 금융회사(7500억원)로부터 1조원 가량을 기부 받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128만명 가량의 대부업체 이용자 대부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잔뜩 기대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전부터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대부업체가 채무자의 대출채권을 정부에 넘겨줄 의사가 없다고 하면 정부로서도 방법이 없어진다. 이미 높은 이자를 받고 있는데 괜히 손해를 감수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참여할 대부업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대부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마저도 세금으로 대부업체를 살찌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제도가 기존에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자산관리공사와 공동으로 지난 2004년부터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심의위원회의 심사와 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의 동의를 거쳐 채무 조정이 결정된 신용불량자는 이자는 물론 원금의 최대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저신용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의 채무를 제외하고 있는데다 최저생계비를 월 127만원으로 지나치게 낮게 잡는 등 채무 감면폭도 크지 않아 채무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신청자는 지난 2004년 29만명에서 지난해에는 6만3000명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중도 탈락율도 15%에 달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가 주도하는 배드뱅크(공동 채권추심 기관)를 통한 신용회복 제도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5월부터 시작된 2차 배드뱅크 제도는 3년간 13조7000억원 가량의 채권을 넘겨 받았지만 채권액 대비 상환율은 7% 수준에 불과하다.

채무 원금을 전액 상환했을 경우에만 이자를 감면해주는 등 채무 감면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달 초부터 국민연금 적립액을 활용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하는 금융소외자 지원방안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채무자 중 신용회복위원회가 조정한 채무액이 그동안 낸 국민연금 적립액의 55%를 초과하지 않을 경우 신청할 수 있다.

도입 당시 정부가 추산한 대상 인원은 29만명 정도지만 실제로 신청한 채무자는 2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을 위해 적립한 돈인데 이를 앞당겨 써버리면 마지막 노후보장 수단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신청을 주저하는 채무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누구를 어떻게 얼마나 지원할 지 확정되지도 않은 제도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기대만 부풀려 놓고 금융소외자들의 마음에 상처만 남기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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