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여파로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은행에 돈을 맡기면 손해를 보는 시대가 됐다.
6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중 예금은행의 실질금리는 0%를 기록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가 5.5%로 같아졌기 때문이다.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5년 1월(0.0%) 이후 3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6년 1월 이후 실질금리가 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3년 3월(-0.2%), 2004년 7월(-0.6%), 2004년 8월(-1.1%), 2004년 9월(-0.4%), 2004년 10월(-0.3%), 2005년 1월(0.0%) 등 6개월 뿐이다.
명목금리는 은행에서 제시하는 금리이며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개념이다.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하락한데다 은행 예금 고객의 경우 이자소득세(15.4%)까지 내야 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실질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폭을 훨씬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은 시중금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2분기 5.32%로 이자소득세(15.4%)를 제외할 경우 연 4.5%를 나타냈다. 이는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4.8%에 미달하는 수치다.
실질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월 들어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폭은 미미했던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9%까지 치솟으면서 실질금리도 제로 수준을 넘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에서도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금융기관의 자금 배분 기능이 왜곡되고 향후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되는 등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곧바로 예금을 빼서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며 "다만 기대 소득이 줄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다만 최근에는 자산 형성 수단으로 예금보다는 주식 및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실질금리에 따른 자산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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