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사카슈빌리, 실속차린 휴전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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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8-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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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
<사진설명: 영토 회복을 공언했던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러시아에 휴전 및 협상 시작을 제안했다.>

영토 회복을 공언하며 큰소리쳤던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러시아에 휴전과 협상 시작을 제안했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이 9일 보도했다.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3일째로 접어들던 이 날 오전(현지시간)만 해도 의회에 계엄령 승인을 요청할 것이며 전쟁선언문에 서명했다며 전쟁을 계속할 태세였던 그가 불과 몇 시간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는 전날 힘겹게 손에 넣었던 남오세티야 수도 츠힌발리에서 자국 군대의 철수를 명령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공격을 중단하면 언제든지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군의 무력 사용 중단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사실상 패배를 인정할테니 전쟁을 그만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태도 돌변에 대한 이유로 전쟁 초반 희생자가 너무 많이 나온 것을 비롯하여 사단규모인 사카슈빌리 군사력이 세계 최강의 러시아군을 대적하기에 쉽지 않다고 분석했지만 특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실 당일 남오세티야를 침범한 것이 치명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면서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을 샀고 결국 영토 회복이라는 대의명분도 크게 훼손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군사전문 사이트인 딩성(鼎盛) 군사는 9일 ‘그루지야가 올림픽 개막일에 전쟁을 일으켜 중국의 체면을 깎아내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개막실 당일에 전쟁을 일으킨 것은 중국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믿고 있던 미국마저 여느 서방국가와 같은 폭력 중단 촉구로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인 것이 사카슈빌리의 자신감을 잃게 한 동기가 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카슈빌리가 휴전을 서두르는 데는 그루지야 국민들에게 이번 전쟁을 통해 국가 지도자로서 영토 회복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사회개혁 실패로 국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지 못했던 그에게 영토 통합은 비록 무력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사용하기 했지만 국민들의 단합을 꾀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됐다는 것이다.

또 일부 희생이 있었지만 러시아의 개입으로 실패했다는 변명거리도 확보한 셈이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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