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과 상품시장이 안정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증시 역시 회복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신용위기는 뚜렷한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어닝 시즌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의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되지는 않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는 안도감이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CNN머니가 최근 분석했다.
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은행주들의 주가는 지난 7월 중순 이후 대부분 큰 폭 반등한 상태다.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저가매수세가 몰린 것이 주가 반등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 |
||
<사진설명: 유가 하락과 함께 글로벌 증시가 반등에 나서고 있지만 신용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
그러나 양대 국책모기지업체 프레디맥과 파니매의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신용위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실제로 최근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시 반등의 배경에는 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 등 증시외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기관들의 실적 역시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는 걷고 있다. 지난주까지 S&P500기업 중 449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2.1%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금융업종의 순익은 94% 급감했다.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최고 투자전략가는 "은행권은 아직 부실자산 상각이 진행 중"이라면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신중론은 글로벌 신용손실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하고 있는 9450억달러(약 1000조원)를 남아살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손더스 전략가는 "IMF의 전망은 매우 보수적인 것"이라고 말해 신용위기 관련 손실액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손더스는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신용손실이 1조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뉴욕대의 저명한 경제학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의 전망치는 2조달러"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을 감안한다면 신용위기 사태는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셈이 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신용위기 관련 손실은 5000억달러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낙관론에는 금융기관의 파산이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이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1989년 경기침체 당시 534개의 금융기관이 파산한 반면 올들어 8개 금융기관이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이제 위기의 서막이 시작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중론자들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이 신용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더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존 레카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은 연말부터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면서 "연준의 현재 통화정책은 근원적인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은 금융시스템에 '미미한'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며 (낮은 금리로) 예금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면서 "연준은 전체 시스템을 살리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