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종현 회장은 오늘의 SK그룹의 제2창업자로서 SK그룹을 성장시킨 전문경영자형 기업가이며 현재를 토대로 10년 후를 준비하는 경영전략가였다.
그는 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였고 SKMS·SUPEX추구법을 창시한 경제이론가였으며 전경련을 이끌며 한국경제의 좌표를 제시한 ‘재계총리’였다. 또한 시대를 앞서보는 예견가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끊임없이 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했고 세계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더 이상 기업으로써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리를 각인시켰다.
이는 최 회장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남들보다 먼저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글로벌리제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상한 것이 SKMS(SK Management System)와 슈퍼엑설런트 (Super Excellent) 즉, 슈펙스(SUPECX)다.
SKMS는 SK경영의 기본원리를 정리한 것이며 슈펙스추구법은 그 실천방법으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 수준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수’나 ‘탁월’ 정도로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지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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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고(故) 최종현 SK회장, 최 회장은 지난 91년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뒤 이 후 세차례에 연임하며 대한민국 재계를 이끌었다. | ||
슈펙스추구에서는 캔미팅을 ‘조직 구성원들이 수시로 일상의 업무 활동과 차단된 장소에서 정해진 경영 과제에 대해 격의 없이 자유롭게 논의하는 회합’으로 정의하고 있다.
슈펙스를 구상한 최 회장은 92년 SKC 수원공장, 선경인더스트리 울산공장, 유공 울산컴플렉스 등 관계사를 순시하면서 슈펙스추구를 독려하고 슈펙스추구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이같은 최 회장의 슈펙스추구에 대한 집념은 80년대 섬유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기업이었던 SK(당시 선경)가 매출액 1조원을 넘는 유공을 인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 회장은 당시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석유화학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위해 유공 인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미 사우디 자본 1억 달러를 미리 확보해 경쟁업체들을 따돌린 것이다.
이후 최 회장은 해외 유전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를 산유국의 반열에 올려놨다. ‘1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는 경영철학, 슈펙스추구의 결과였다.
최 회장은 또 80년대 중반, 10년 후인 90년대의 성장 동력으로 이동통신의 가능성을 간파해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시켜 우리나라를 세계최고의 이동통신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데 성공한 최 회장은 공사석에서 ‘선경의 세 번의 도약은 모두 슈펙스(SUPEX)추구의 산물’이라고 강조하며 임직원들의 슈펙스추구를 강하게 주문했다.
최 회장이 이야기한 세 번의 도약은 △폴리에스터 원사생산 회사로의 도약 △수직계열화의 완성 △정보통신산업 진출 등으로 SK측은 “세가지 모두 한결같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목표에 도전해 성공한 회장 자신의 슈펙스추구 경험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최 회장은 신규사업에 진출할 때 항상 10년 앞을 내다보며 실무자들과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최 회장은 항상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예견으로 경제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박용준 기자 sasori@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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