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치솟으면서 내수가 크게 위축됐지만 카드 사용액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소득 감소로 현금이 부족해진 소비자들이 무이자할부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주요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카드 사용액 21% 급증, 카드결제 비중 57% = 11일 한국은행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현금서비스 제외)은 172조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6% 증가했다.
민간 소비지출 중 카드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올 1분기 민간 최종소비 지출액 중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57.2%로 집계됐다.
1분기 민간 소비지출액은 127조3900억원이며 현금 서비스 및 기업구매카드 실적을 제외한 신용카드 사용액은 72조9200억원이다.
민간 소비에서 카드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0년 5.6%에 불과했다가 2000년 24.9%로 늘어난 뒤 2002년에는 45.7%까지 증가했다.
이후 2003~2004년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41.6%까지 줄어들었다가 2005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07년에는 49.5%로 50%를 육박했다.
특히 올 들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 악화로 할인 및 포인트 적립 혜택이 있는 카드 결제가 늘면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카드 사용액이 급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드결제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씨카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1만원 이상 소액결제는 1억3161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3% 증가했고 전체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4%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지하철과 버스요금 결제 건수가 각각 29.4%와 35.9% 늘어나는 등 대중교통을 이용시 카드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이밖에도 학원비 결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67% 급증했고 서적문구와 자동차정비도 34%와 40% 가량 증가했다.
◆ 연체율도 급등…가계 붕괴 우려 = 카드 사용액이 늘고 있는 것과 함께 카드 연체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1.3% 수준이던 신용카드 연체율은 올 들어 크게 올라 6월 말 현재 1.8%로 높아졌다. 반 년 만에 0.5%포인트나 급등한 셈이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것은 고물가에 따른 생활비 부족을 카드로 메우고 있어서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사용 시점과 결제 시점이 달라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가계의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연체를 할 수 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서민 가계를 파탄으로 내몰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카드채권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하반기 들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카드사의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위험이 큰 할부결제의 증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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