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물류시장, 글로비스 경쟁사가 없다

  • 현대모비스에 이어 부품업계 2위 만도 물류도 수주…年 200억원 규모

   
국내 최대의 물류업체인 글로비스(대표 김치웅)가 국내 자동차부품업계 선두주자인 현대모비스에 이어 2위 부품회사인 만도의 수출입 물류까지 맡게 되어 자동차부품 물류시장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범 현대가의 이 같은 물류통합은 자동차 관련 사업들을 수직 계열화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지만, 그동안 개별적으로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해 온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악화로이어질 수 밖에 없어 이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2일 글로비스 및 자동차부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CJ GLS가 수행해 온 국내 2위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의 수출입 물류를 이달부터 현대∙기아차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글로비스가 맡게 됐다.

이로써 글로비스는 만도가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이나 해외의 다른 자동차메이커 공장으로 보내는 물량, 그리고 만도의 해외공장에 보내는 물량 등의 운송을 맡게 되어 연간 200억원 규모의 매출향상이 기대된다.

글로비스가 신규로 수주하게 된 만도의 물동량은 연간 약 64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이며, 계약기간은 3년이다.

   
  글로비스가 납품을 맡고 있는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앞서 올해 초 범현대가인 한라그룹 계열의 한라건설은 지난 99년 자금난 때문에 외국기업에 매각했던 만도의 경영권을 되찾아 온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005년부터 만도의 자동차부품 내수 및 수출입 물류를 수행했던 CJ GLS가 올초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결국 글로비스가 만도의 수출입 물류를 맡게 됐다.

지난해 매출규모가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면서 국내 물류업체 중 매출액 기준으로 1위인 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만도의 수출입 물류까지 맡게 된 셈이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1위이자, 전세계적으로도 20위권 안에 드는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일본의 자동차 전문 조사업체인 포린(Fouri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전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회사 중 18위(지난해 매출액 91억달러 기준)를 차지했다.

만도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17억 달러로 전체 순위에서 93위를 기록했다.

글로비스 관계자는 "만도의 물류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그동안 글로비스가 쌓아 온 자동차 관련 물류 노하우를 인정받은 셈”이라며 “미국의 현대차 앨리바마공장에 부품을 최적의 물류시스템으로 적기에 납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물류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비스가 범 현대가라는 끈을 내세워 자동차 관련 물류시장을 독식하려 한다는 따가운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만도의 물류사업권 획득은 그동안 글로비스가 밝혀왔던 3자물류 육성 전략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비스와 같은 대형물류업체들이 물량을 다 갖고가면 나머지 물류업체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파이가 적어진다”며 “이는 중소물류업체들이 저단가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직접 납품했던 협력업체들은 글로비스로 물류통합이 이뤄지면 수익감소는 불보듯 뻔하지만, 이에대한 불만을 대놓고 표출할 수도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 4공장은 그동안 각 협력업체들로부터 개별적으로 납품받던 방식을, 지난달부터 글로비스를 통한 통합 조달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동안 17개 협력업체가 개별적으로 납품해 왔으나, 현대차가 글로비스와 통합물류 계약을 맺음으로써 글로비스가 지정한 H업체가 모든 조달물류를 대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협력업체들은 하루아침에 1차 협력사에서 2차 협력사로 전락, 수익성 악화 뿐 아니라 인력 고용 문제까지 직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와 직접 계약을 맺고 부품을 납입했으나, 지금은 글로비스가 지정한 2차 물류업체와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는 물론, 그동안 현대차 공장으로 파견나가 근무했던 직원들에 대한 고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문제가 일어났을 때 부품 제조업체들이 1차 협력사 관계가 아니어서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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