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야 츠힌발리에 공격을 가하고 이에 러시아가 무력 응징에 나선 지 닷새 만에 군사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사태 중재를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한 직후 “결과가 모두 달성됐기 때문에 그루지 전역에 평화를 이루기 위한 군사작전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혀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그루지야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비록 작전 종료 선언과 별도로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야에서 완전 철수하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구속력 있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을 내걸었지만 휴전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그루지야 영토 내에서 군사 작전 종료를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에 그루지야는 독립국가연합(CIS) 탈퇴를 발표하며 러시아와 영원한 결별을 고했다.
친서방 자유 정책으로 그루지야인들의 지지를 받아온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와의 무리한 싸움으로 민심을 잃어 통치 기반이 약화됐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사카슈빌리 대통령에게 돌아갈 경우 친러시아적인 지도자가 집권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그루지야의 분위기 상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한다고 해도 지지율이 급락할 것이며 조기 선거나 또 다른 혁명을 통한 사임이나 자진 사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과거 서방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했던 러시아 막강한 군사,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룰(rule)을 스스로 만들며 미국에 대항해 새로운 현상유지 상태를 추구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국제사회 부상론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국제적인 현상유지 상태를 대담무쌍하게 무시한 이번 사건은 근자에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라며 나토 회원국 가입을 모색하던 미국의 우방을 전격 공격함으로써 러시아는 여전한 강국임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시했던 것처럼 러시아 지도부는 그루지야에 대한 전쟁을 중지하라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여 그루지야 공격에 대응할 수 없으리라는 러시아의 계산대로 상황이 맞아들어갔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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