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고간 신용위기의 최대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인 대형 금융기관들의 해체는 정말 옳은 결정일까.
'대마불사(大馬不死)' '모럴 헤저드'라는 비난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유지론'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빠진 대형 금융기관 '분할론'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거대 금융사들이 신용위기에 따른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생존을 위해 이들 금융기관들을 '조각'내는 것이 옳은 일인가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스위스 UBS가 막대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비즈니스 모델 개편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UBS의 사업 모델 개편은 지난 1990년대 말 금융기관들의 인수·합병(M&A) 열풍을 통해 탄생한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 HSBC홀딩스 등 '맘모스' 금융기관에 대해 시장이 예상했던 수순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진설명: UBS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신용위기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분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
당시 금융기관들은 몸집 확대를 통한 사업 다각화로 경기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신용위기 사태는 이들의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업 다각화로 인해 피해가 줄기는 커녕 파생상품을 비롯해 여러가지 사업에 손을 댄 기업들이 '풍비박산(風飛雹散)' 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서버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해 전세계 금융권이 입은 손실은 500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신용손실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을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신용위기로 입을 손실은 이제 절반에 왔을 뿐이다.
스미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윌리엄 스미스 대표는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규모로 다각화됐다"면서 "그러나 UBS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의 결정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대표는 지난 1998년 씨티코프와 트레블러스 그룹이 합병해 만든 씨티그룹의 경우 투자은행 사업과 증권, 소매금융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권고했다.
씨티그룹의 통합을 이끌었던 존 리드 전 씨티코프 사장 역시 "대형 금융기관의 유니버셜 모델은 통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주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씨티그룹의 주가는 52주 최고가인 49달러에 비해 70% 폭락한 18달러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씨티그룹 주가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투자기관 라덴브르크 탈먼의 리차드 X. 보브 애널리스트는 "JP모간체이스 창조를 이끈 컨셉은 망가졌다"면서 "JP모간이 지난 2004년 뱅크원을 인수했지만 결과는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JP모간이 은행과 신용카드, 소매 금융 등 주요 금융사업을 합쳤지만 "지금 문제는 이들 시장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동차기업이 차를 팔지 않는다면 철강업계 역시 철을 팔 수 없을 것"이라면서 "주택시장과 신용시장이 풀리지 않는다면 은행 역시 이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보브 애널리스트는 "지난 1985년 미국에는 1만4500여개의 은행이 있었지만 현재는 7200개로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이는 거대 은행들이 경쟁업체들을 모두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맘모스' 몸집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하나로써 신용위기를 견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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