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A 시장 최대어이자 조선업계 대규모 지각변동을 가져올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GS-포스코-한화의 ‘3파전’ 구도 양상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간 ‘4파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두산그룹이 18일 갑작스레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힌 까닭이다.
게다가 인수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 되던 STX 역시 같은 날 “노르웨이의 크루즈선 건조회사인 아커야즈 사의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했다”는 소식을 전해 사실상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르면 이번 주 중 매각공고를 낼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어 GS, 포스코, 한화를 주축으로 한 인수전은 이번 주 최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 두산, STX 불참... 왜?
두산의 인수전 불참 소식은 뜻밖이다. 그간 ‘조선-기계-플랜트’라는 중공업분야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것과 상반된 행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두산은 공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두산의 ‘인수실탄’이 여유롭지 못함에 힘을 싣고 있다.
두산이 최근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밥캣’ 중장비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49억달러를 투자한 것을 물론 두산인프라코어는 대형 덤프트럭 생산업체인 노르웨이 목시 엔지니어링사를 853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히는 등 자금력이 분산됐다는 것.
이는 대우조선해양인수에 5~6조원, 최대 8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업계가 추정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두산 입장에서는 컨소시엄 구성 자체도 힘겨울 수 있는 대목이다.
STX역시 아켜야즈 인수와 관련 “STX그룹의 글로벌 전초기지로서 유럽에서 아커야즈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해 월드베스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아커야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르웨이, 프랑스, 핀란드를 유럽 지역 내 3대 전략거점으로 선정하고 ‘야드별 특화 전략’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진출사업에 당분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GS, 포스코, 한화는?
두산과 STX가 경쟁관계에서 멀어져 안도하고 있는 GS, 포스코,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선협상자 선정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발전 및 육성 방안 등을 설명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GS그룹의 경우 GS건설이 지상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역량이 부가될 경우 경쟁력은 배가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포스코는 지속가능한 경영과 성장을 도모하고 철강분야에서 축적한 핵심역량을 유관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인수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의 해양 플랜트 부문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인수 성공 시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역시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의 주력 겸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음을 비롯 2017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매출 비중을 50%로 확대한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 ‘인수실탄’은 어떻게 마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포스코가 가장 많은 내부 자금 조달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GS는 계열사 및 해외 투자자를 모집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경우 부채 비율이 24%에 불과하고 가용시재가 6조원, 이익잉여금이 20조원을 넘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조달 국면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GS그룹 역시 2005년 출범직후부터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전담팀을 구성해 국내외 전략컨설팅업체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 강점이다.
한화 또한 “2002년 대한생명 인수 이후 대규모 M&A에 참여하지 않고 상당한 자금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는 비상장 우량계열사 상장을 통한 상당한 현금, 한화건설이 보유한 매립지의 개발을 통해 개발이익,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유휴 부동산의 매각 및 유동화를 통한 자금 조달 등의 계획을 내놓고 있어 ‘3파전’은 ‘시계제로’의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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