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달러가 약세 기조를 마감하고 강세 기조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통화가 급락세로 전환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장세'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미국발 '제2의 신용위기'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환시장 역시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 보다는 현재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달러의 강세가 주춤하겠지만 오름세를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단 달러의 강세 전환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지난 7월 중순 이후 달러 가치는 엔화 대비 5%, 유로화에 대해 8% 상승한 상태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여파가 유럽을 비롯해 일본 등 다른 선진 경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달러 반등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설명: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아시아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9개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원화 가치가 2004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아시아 외환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원화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3개월간 코스피지수가 20% 가까이 하락했다는 사실도 원화에 대한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의 이유진 외환딜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는 약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후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한국증시에서 1조33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1.5% 하락하면서 1080원대에 바짝 접근했다. 8월 들어 달러 대비 원화의 평가절하율은 6.6%에 달한다. 이는 영국 파운드(-6.99%)와 호주 달러(-8.54%)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낙폭이 큰 것이다.
일각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1100원대를 돌파한 뒤 1150원대 진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른 아시아 통화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싱가포르달러 가치는 1% 하락했으며 태국 바트화와 베트남 동화 역시 약세로 마감했다.
말레이시아의 링깃화는 중앙은행이 인플레 억제보다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면서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3개월래 최대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상을 중단할 경우 장기적으로 말레이시아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말레이시아의 소비자물가는 8.5% 급등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물가를 잡지 못할 경우 국가 경제 역시 침체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1년간 달러/원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JF 애펙스 시큐리티의 아미르 알리 모하메드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금융시장이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만 달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4.3%를 기록해 2007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정부 발표가 대만 달러에 대한 매도세로 이어진 것이다.
스탠더드 차터드의 토니 푸 이코노미스트는 "대만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면서 "인플레 압력 역시 단기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대만 달러 환율은 0.2% 상승하면서 31.43대만 달러를 기록해 대만 달러 가치는 6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한편 엔화를 비롯한 캐리트레이드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국증시를 비롯해 글로벌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마련해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표적인 캐리트레이드 통화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의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109엔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미즈호기업은행의 파비언 엘리아슨 부사장은 "신용위기가 지속될 경우 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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