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가능성 낮은 경쟁사 견제용"
"심리적 요인 탓 주가에는 부정적"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자 부정적인 증권사 보고서가 이어졌다.
조선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은 주가에 부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전날 대우조선해양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내외 증권사들은 잇따라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은 줄곧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예상을 깬 이번 발표가 시장에서 부정적 뉴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불공정경쟁 소지와 자금부담 문제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수주잔량 시장점유율이 36.7%에 달한다"며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물량을 합치면 51.5%로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CJ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추가 M&A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까지 나선다면 자금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송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 같은 동종업체가 인수에 나서는 것을 적극 반대하는 상황이다"며 "동종업체가 인수할 경우 고용문제와 구조조정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인수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여러 난제를 고려하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실제 인수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며 "예비 입찰을 통해 실사에 참여함으로써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 현황을 파악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조인갑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은 2002년 세계경기 불황에 따른 조선경기 하강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조선사업 비중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무리수를 쓸 것으로 확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인수참여 선언으로 다른 인수후보인 포스코와 견제관계를 형성해 후판에 대한 가격결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편 대우조선해양 예비실사를 통해 시너지 관계를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굿모닝신한증권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자로 부각될 수 있음에 따라 심리적 측면에서 주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적정주가를 42만5000원에서 35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릴린치도 조선업황 부진 우려 속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에 이르게 되며 조선업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중기적으로 볼 때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가격은 현대중공업이 단독 또는 그룹 계열사와 함께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함에 따라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할 때 대우조선해향 매각가는 4조~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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